잘 나가던 미국경제가 올들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생산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재고는 늘고 있고 그에따라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광공업생산은 0.6%나 감소했고 작년 4.4분기 미주요기업들의
순익이 전년동기보다 18% 줄어든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1월중 공장가동률은 81.9%로 지난 92년말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재고도 증가,앞으로 기업의 생산활동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경기후퇴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나 정부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유지중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계수상 경기후퇴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올해 미경제는 어떤 궤적을 그리게 될까.

일부 우려대로 경기둔화차원을 넘어 마이너스성장으로까지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일반적인 관측대로 완만한 성장을 지속할수 있을 것인가.

현재 세계경제의 3두마차인 미, 일, 독중 일본경제는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일본정부가 공식평가하고는 있지만 그동안의 침체가 컸던
만큼 아직 침체의 수렁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다.

지난해에는 그런대로 괜찮았던 독일경제는 올들어 침체기미를 띠고 있다.

이처럼 일본과 독일이 제몫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최대경제국인
미국마저 흔들리게 되면 올해 세계경기는 둔화될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미국경제에 쏠리는 세계의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이런 가운데 미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의 경기활력
쇠잔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하면서 경기후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 올 경기에 대해 강한 낙관론을 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미하원은행
소위원회에 출석, 미국경제가 "물가안정속의 성장지속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이 2-2.25%에 달하고 인플레는 3%이하에서 안정돼
정책목표인 소프트랜딩에 성공할수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실업률도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5.6%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FRB는 최근들어 경기후퇴기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는 특수한 사정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동북부지역을 덮친 한파와 폭설, 행정부와 의회간의 예산분쟁에 따른
부분적인 정부기능마비등 경기를 악화시킨 요인들이 있었지만 1년내내
경제에 악영향을 줄만한 재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린스펀의장은 설사 경기악화요인이 항구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더 내릴수도 있으며 결코 경기후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경기가 그런대로 좋을 것임을 시사하는 지표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선행지수가 전달보다 0.3% 상승, 향후 6-9개월 사이의
미국경제가 확대될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경기선행지수는 앞서 3개월동안 계속 하락하다가 상승세로 반전된
것이어서 그 의미가 자못 크다.

이와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역적자도 줄어들고 있고 증시까지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다.

FRB의 이같은 경기전망은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돼온 경기후퇴론을 어느정도
잠재울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후퇴론자들은 경기사이클에 근거, 지난 5년간 경제가 확대됐기 때문에
올해는 심각한 경기둔화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논리를 전개해 왔다.

이처럼 경기지표들의 명암이 엇갈리자 민간이코노미스트들은 미경제가
침체로 빠져들지, 완만하나마 성장을 지속할지를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활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나올 경기지표들을
좀더 지켜본후에야 보다 확실한 판단을 내릴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정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