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자동차가 요즘 일본시장에서 진흙밭 싸움장을 만들어 구경꾼들을
모으기에 분주하다.

포드의 진흙을 덮어쓴 상대는 유럽자동차회사들.

그중에서도 일본의 수입자동차시장에서 제일 잘나가고 있는 폴크스바겐이
포드의 덫에 걸려들어울상이다.

포드는 최근 일본의 주요일간지에 "일본에서 왜 골프는 비싼 것인가"라는
광고문구를 달고 폴크스바겐 비방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수입차인 폴크스바겐의 "골프"를 골프채위에
올려 놓은 것이 이 광고의 그림이다.

광고는 평균 230달러에 이르는 일본의 그린피에 빗대어 폴크스바겐의
골프가 비싸다는 것을 넌지시 강조한다.

"왜 비싼가"라는 질문에 친절하게도 해답까지 내놓고 있다.

포드의 광고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유럽시장에서 중하위차종으로
분류되는 골프를 일본에서는 중상위급차종 값에 팔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189만엔(1만7,600달러)에 팔고 있는 골프왜건형의
경우 유럽시장에선 이 보다 7~8% 싸다는 주장이다.

이에비해 독일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포드의 동급차종 "몬데오"는
유럽에서 2만1,955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나 일본소비자들에겐 1만8,505달러로
오히려 싸게 판다는 것이 포드광고의 결론이다.

이런 광고가 나오자 당사자인 폴크스바겐 뿐만이 아니라 벤츠와 BMW 등
대부분의 유럽자동차메이커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폴크스바겐은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이들은 두 지역간 판매가격의 차이는 기본사양에 포함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유럽자동차회사들은 미 빅3중 가장 늦게 일본시장에 뛰어든 포드가
빨리 이미지를 심기위한 전략으로 이런 비방광고를 터뜨렸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겉으로는 더이상 휘말리기 싫다는 입장이면서도 내심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일본소비자들이 수입차 전체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드와 폴크스바겐의 진흙밭 싸움을 보고 일본자동차회사들은 그저
흐뭇한 미소를 감추기에 열중할 뿐이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