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금융 스캔들로 떠들썩하다.

국영 은행들이 2백70개 키부츠(집단농장)에 대해 갖고 있는 50억달러 상당
의 채권 가운데 상당부분이 은행측의 계산착오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키부츠 대표들은 7일 은행측의 계산착오로 자신들의 부채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이스라엘 경제계에 파문을 던졌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스라엘의 대외신용은 큰 상처를 입는다.

중동평화 정착을 계기로 국제무대에 사시 나서고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론은 키부츠측으로 기울고 있다.

일간신문 예디오트 아로노트지에는 8일 몇가지 구체적인 사례가 실렸다.

키부츠 그블로트의 경우 농업은행에 갚아야할 부채가 3백70만세켈(1백2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계산을 제대로 하면 오히려 60만세켈(20만달러)을 은행으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레우미은행과 거래한 키부츠 크파 메너켐도 장부상으로는 8백50만세켈의
부채를 안고 있지만 계산착오만 없었다면 은행으로부터 1백만세켈을 받아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예루살렘 포스트지는 은행들이 지난 15년간 고객들에게 6억2천만세켈(2억
달러)을 과잉계상했다는 연구보고를 전하면서 의회 경제위원회가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은행인 이스라엘은행의 은행감독관 지프 아벨레스는 "잘못 계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하고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은행이 받을 돈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다면 큰 문제이다.

일부러 받을 돈을 부풀렸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스라엘 금융계는 키부츠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져 은행의 신용이 땅에
떨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