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통신시장의 영역 구분 해제를 골자로 하는 통신개혁법안이
마침내 미의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1천억달러가 넘는 미국 통신시장이 사실상의 독점체제를 끝내고
본격적인 무한경쟁시대를 맞게 됐다.

미하원은 1일 통신개혁법안을 찬성 4백14표, 반대 16표로 통과시켰고
곧이어 상원도 찬성 4백14표, 반대 16표로 가결했다.

의회는 이날중 이 법안을 백악관으로 넘겼으며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법안
통과직후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따라서 법안 성립은 시간문제로 남게 됐다.

지난 35년 제정된 기존 통신법은 방송업계와 통신업계, 장거리전화회사와
지역전화회사의 상대영역 진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미의회는 21세기 정보화시대를 앞두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80년대말부터
개별입법을 통한 통신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이번에 양원 종합절충안 형태로
결실을 보았다.

통신개혁법안은 통신시장 진입장벽을 철폐함으로써 7개 지역전화회사(일명
베이비벨)들이 장거리전화사업에 참여하고 장거리전화회사.케이블TV회사들
도 지역전화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 회사가 소유할 수 있는 TV방송국.라디오방송국 숫자 제한도 완화했다.

이밖에 케이블TV 요금에 대한 규제는 3년내에 폐지키로 했으며 인터넷 등
컴퓨터통신망에 외설적인 내용을 게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터넷에 고의적으로 음란물을 게시할 경우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돼
처벌을 받게 된다.

통신개혁법안이 의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당초 법안에 들어 있던 외국인의
미국 통신회사 경영권 획득 자유화조항은 삭제됐다.

또 디지털 TV 방송 허가와 관련된 사항은 별도의 법안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통신개혁법안이 가결됨에 따라 미국 방송.통신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져
케이블TV 전화 및 기타 통신서비스의 요금이 인하되고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화당의 잭 필드 의원은 법안 통과후 "오늘은 정보화시대를 여는 획기적인
날"이라고 말했으며 빌리 타우진 의원은 법안 통과로 1백50만~3백만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미국 방송.통신업체들은 통신법 개정을 예상하고 상대영역 진출을
적극 추진해 왔으며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중에는 철도.전기.소프트웨어.출판 등 통신회사가 아닌 기업들까지
통신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통신시장이 춘추제국시대를 맞을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도 있다.

통신업체들의 방송분야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통신시장 개방을 예상하고 진행되어온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오락업체인 월트디즈니는 캐피털시티스/ABC를 1백90억달러에 매수
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전기.전자업체 웨스팅하우스는 CBS방송을 54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통신개혁법안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미국에서 엘 고어
부통령이 제창한 정보고속도로 구축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강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통신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이창호기자 >

[[[ 통신개혁법안 주요내용 ]]]

<>전화회사, 케이블TV 운영업체, 전력회사 등은 통신산업 전분야에 참여할
수 있다.

<>방송국 소유자는 전국 송출회사의 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TV제조업체는 소비자가 요구할 경우 청소년들을 성폭력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V칩을 TV안에 설치해야 한다.

<>인터넷이나 컴퓨터네트워크에 외설물을 게재하는 것은 금한다.

외설물을 송출하는 서비스업체는 법적책임을 진다.

<>신문사도 전자출판분야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지역전화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