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시리즈에 나오는 첩보원들의 활동영역이 주식시장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영국에 많이 모여있는 국제 이머징마켓(신흥시장)펀드들이 은퇴한 비밀
공작원을 펀드매니저로 "영입"해 쓰고 있는 것.

"제임스 본드" 같은 접보원의 자질은 투자위험이 아주 높고 정보공개가
빈약한 미개척지(이머징시장)를 무대로한 투자에 딱 들어맞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몇몇 이머징마켓 펀드들이 세계정보계의
베테랑을 스카웃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할 정도다.

이에따라 이제는 어느 펀드메니저가 어느정도 경험을 가진 비밀공작원
이었는가가 관심거리가 되고있다.

최근에 있었던 스카웃 가운데 백미는 영국의 대외정보국인 M16에서 총책을
지낸 콜린 맥콜경이 펀드매너지로 변신한 케이스.

영국 엔디버러에 있는 스코티시아메리칸인베스트먼트사는 지난달 17일
세계 정보계의 거물 콜린 맥콜경을 자사의 펀드운용위원회의 핵심위원으로
영입했다.

세계 도처에 증권투자를 하는 이 투자회사는 맥콜경이 동유럽과
동남아시아의 정세변화에 남다른 능력을 발휘해 투자위험을 극소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정부의 정보계통에서 잔뼈가 굵은 해리 피치본스씨도 런던에 있는
투자회사인 톱테크놀러지사의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성공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피치본스씨는 러시아 출신의 은퇴한 공작원 알렉세이 블라소프씨와 팀을
이뤄 대러시아지역 투자를 진두진휘하고 있다.

퇴역 정보원들은 선호하는 투자펀드사의 대표들은 은퇴한 공작요원들이
MBA(경영학석사)나 상아탑에서 양성된 지역전문가들보다 변화무쌍한 이머징
마켓에서는 더 요긴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보망을 개척하고 뭔가 이상한 낌새를 낚아채는 임무엔 은퇴한 공작원이
제격으로 투자수익률을 높이는데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펀드의 은퇴 공작원 스카웃 열기를 반영해 전직 정보원과 투자회사를
연결시켜 주는 특수한 인력중개회사까지 생겨나고 잇다.

모스코바와 미국 메릴렌드등에 지점망을 가지고 있는 파버스사같은 인력
중개회사는 요즘 월가의 모 투자회사 요청에 따라 미국 경제계의 이면을
꿰뚫고 있는 "거물"을 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은퇴한 공작원 스카웃이 유행하면서 예기치 못한 문제점에 직면한 펀드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베트남 프론티어 펀드는 한때 미중앙정보국에서 베트남지역 공작을
지휘한 경력이 있는 윌리엄 콜비씨를 채용하는데는 성공했다.

콜비씨는 그러나 그의 전력때문에 베트남정부로부터 입국비자를 거절당하는
바람에 현지 투자지역조사도 착수하지 못한채 회사에 사표를 내야 했다.

이같은 실패사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금융규제환화로 투자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특수지역 정보를 가진 인력에 대한 수요는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