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정치적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이다"

이번 미국의 금리인하를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한다.

미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와 대통령선거및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재임을 앞둔 정치적 요구가 맞물려 금리인하를 빚어냈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경제에는 여기저기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우선 민간연구소인 컨퍼런스 보드의 조사에 따르면 1월 소비자 신뢰도는
2년만에 최저치(87)로 떨어졌다.

12월 소매판매도 0.3% 증가에 그쳤다.

연중 최고호황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이 들어있는 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진하기 짝이 없는 수치다.

실업율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새로 생겨난 일자리는 월평균 14만5천개로 94년(29만4천개)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부동산경기나 제조업도 위축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수치들을 볼때 그동안 빠른 속도를 보여 왔던 미경기회복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우려였다.

경기를 자극하자는 생각에서 섣불리 돈줄을 풀었다가 인플레이션이 급등
하게 되면 효과없이 부작용만 낳는 꼴이 되는 탓이다.

지난해 도매물가상승율은 2.2%를 기록했다.

그다지 가파른 오름세는 아니지만 94년(1.7%)보다는 높은 수치였다.

더욱이 12월 도매물가는 0.5%의 상승을 기록, 예상치(0.4%)를 앞지르면서
1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일부에서 "인플레이션 경보"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FRB는 "경제성장 대 인플레이션"의 갈등에서 성장쪽을 택했다.

"경제성장이 최근 몇달간 주춤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줄어들었다.
물가는 이미 안정국면에 들어갔기 때문에 금융완화를 통해 인플레이션 없는
안정성장을 이룰수 있을 것이다"

FRB는 금리인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문가들사이에도 이번 도매물가 상승은 겨울철 유가상승과 신차시판등의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뿐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번 금리인하에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기류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정치권에게는 경제둔화가 달가울리 없다.

경제성적이 좋아야빌클린턴 현 대통령의 재선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금리인하는 오는 3월 2일 임기가 만료되는 앨런그린스팬 FRB의장에게도
이롭게 작용할 수 있다.

이미 3번째 연임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지만 어쨌든 아직 대통령의 입에서
정식발표가 나지는 않은 상태이다.

대통령이 환영할 만한 조치는 연임의 가능성을 한층 높여준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도 크게 고려됐다.

미의회와 행정부간 예산안 갈등의 장기화로 미국채의 신용도에 흠집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를 져버릴 경우 금융시장에 커다란
불안을 촉발할 가능성도 짙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관계자들의 관심은 3월 열리는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금리인하폭(0.25%포인트)을 놓고 시장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정도 약효(소폭의 금리인하)로는 경기둔화를 치유하기 힘들다는 지적
이다.

경기가 내리막길을 줄달음치지 않도록 붙잡기 위해서는 FRB로서도 계속적인
금융완화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일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이사회를 앞두고 독일 금리(재할인율)
인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분데스방크는 이에앞서 31일 환매채금리를 현행 수준보다 0.15%포인트 낮은
3.4%로 인하, 재할인율 인하 기대를 높였다.

과연 이번 미금리인하가 독일의 금리를 끌어내리고 3월 추가금융완화로까지
이어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경기를 부양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지 주목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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