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정책인 헤알플랜이 실시되면서 폭발했던 소비붐을 타고 브라질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중의 하나로 "베스타" "타우너" 등 한국의 승합차를
꼽을 수 있다.

수입개방이전 폴크스바겐이 만든 "콤비"(combi)라는 이름의 승합차가
브라질시장을 독점한 채 30년동안 모델 한번 바꾸지 않고 버텨왔었다.

지난60년대 다국적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브라질정부의 방침에 따라 브라질
시장에 진출한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밋밋하고 다소 우스꽝스런 이 차에
고객들을 위한 변변한 액세서리나 편의장치들을 장착하지 않고도 독점이익을
향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기아 아세아 현대 등이 만든 베스타나 타우너 그레이스등
승합차들이 들어오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국내시장의 경쟁을 통해 성능과 편의성, 디자인을 다져온 한국승합차들은
값도 싸 브라질사람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이 차들은 승합차부문에서 브라질수입차 시장을 석권하면서 관세인상전까지
수입차랭킹 1, 2위를 다퉜다.

지난 10월까지 브라질에서 기아와 아시아 승합차수입 실적은 각각 1만2백
59대, 8천6백18대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2백20%, 1백42%의 신장세를 각각
나타냈다.

이에 위기를 느낀 폴크스바겐은 새 모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수입된 대우 승용차 에스페로는 38개 수입승용차중 랭킹
2위를 기록했었다.

1위는 남미공동시장 발효로 역내무관세 혜택을 받던 아르헨티나산 르노였다.

후발업체인 대우가 이처럼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시장에 제품을 낼때 품질과
애프터서비스가 따르도록 신경을 쓴 것이 주효했다고 (주)대우 상파울루
지사의 박영일 지사장은 말한다.

"1천 주행, 또는 1주일이내 구매자가 불만이면 돈을 돌려주겠다" "24시간
이내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고 고장수리땐 차를 빌려준다"이런 슬로건들이
먹혀 들었고 지금도 호응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차들을 포함한 외제차들의 파티는 브라질정부가 관세를 70%로
올리면서 끝났다.

수입쿼터제는 외국자동차업계 등의 항의와 세계무역기구(WTO)의 권고로
철회했으나 몇차례에 걸친 관세인상의 효과만으로도 브라질정부는 목적을
달성했다.

무역수지적자의 주요요인으로 지적된 외제차수입이 사실상 하반기들어
중단된 것이다.

이것은 이미 브라질에 들어와 터를 잡고 있던 GM 포드 피아트 폴크스바겐
등 브라질의 "국산차"들이 브라질정부를 통해 그들의 민원을 해결했던
것으로도 해석돼 그들의 튼튼한 로비벽을 실감케 한다.

대우 기아 현대 등은 재고도 다 처분하지 못해 보세창고에 차를 쌓아두는
사태가 발생했고 급기야는 칠레로 재수출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현지생산이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아가 최근 조립공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관세인상은 자동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전자 섬유 등도 마찬가지다.

대우 박영일지사장도 "완제품수출은 한계가 있다"면서 "남미공동시장이
가동되고 있고 브라질 자체시장만도 크므로 결국은 투자진출을 해야될 것"
이라고 말한다.

대우의 경우 현지생산을 위해 시장조사에 들어가 있는데 처음엔 조립생산을
거쳐 점차 생산공장으로 옮겨가는 것을 검토중이다.

삼성전자가 마나우스에 공장을 짓고 LG전자 대우전자 등이 현지생산을
계획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LG전자는 내년중 마나우스공장설립에 들어가고 대우전자는 현지업체와
합작으로 역시 마나우스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지생산으로 옮겨가는 것은 브라질의 1인당 GNP수준이 현재 3천
달러정도에서 수년내 4천~5천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편 선경그룹에서는 석유플랜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그밖에 통신
사업과 펄프합판 플랜트, 설탕 등 자원비즈니스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선경브라질의 이대우지사장은 "한국에서 물건을 브라질에 파는 것도 중요
하지만 이곳에서 사서 3국에 파는 3국간 비즈니스의 가능성도 많다"고
지적한다.

한예로 대두박은 생산시기가 달라 중국산과 호환이 가능하다.

포철은 천연석을 채광해서 가져가고 있는데 얼마전 1단계 가공공장을
만들었다.

한국기업들이 브라질에 진출한지는 얼마되지 않지만 완제품만 팔아넘기던
시기가 지나 직접투자와 자원개발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