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요인을 제거하면 적자회사도 살려낼수 있다" 세계최대 콘덴서제조
업체인 일본케미콘이 지난 4월 사운을 걸고 도시바계열 마루콘전자를 인수
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지난해말 도시바로부터 마루콘전자의 인수제의를 받은 일본케미콘은 선뜻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내수및 수출시장에서의 경쟁격화와 엔고의 여파로 최근 수년간 고전을
해온 마루콘전자의 엄청난 부채때문.

지난 91, 92년에 20억엔이상의 적자를 내고 지난해부터 겨우 흑자로 전환한
일본케미콘은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재무악화를 피하고 싶은 심정
이었다.

이런 상황에 마루콘전자의 누적적자 10억엔과 부채 130억엔을 떠맡는 것은
모험을 무릅쓰는 일이었다.

그러나 마루콘 전자에는 그냥 돌아서기에는 아쉬울 만한 매력이 있었다.

첫째는 알루미늄 전해콘덴서 시장에서 세계최상의 입지를 확고히 굳힐수
있다는 것.

마루콘 전자의 연산능력 2억개를 합칠 경우 일본 케미콘그룹은 연산 13억개
생산체제를 갖추게 돼 마쓰시타전기 그룹등 경쟁업체와의 생산능력격차를
3억개이상으로 넓힐수 있게 된다.

둘째는 품목다양화를 꾀할수 있다는 것.

휴대전화용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세라믹 콘덴서등 마루콘전자가 생산
하고 있는 고형 콘덴서는 일본케미콘이 종합 콘덴서메이커로 발돋움하는데
필요했다.

일본케미콘은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자사의 경영체질을 치유하는데 사용했던생산혁신운동 "CPS"(케미콘프로피트
시스템)를 마루콘전자에 적용하면 회생시킬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케미콘은 도요타그룹의 생산방식으로 유명한 이 운동을 지난 93년부터
PEC 산업교육센터의 야마다 히토시소장 지도로 도입, 납기를 종전의 3분의1
수준으로 단축하고 공장내에 누계 2만3,000제곱미터의 스페이스를 창출하는
등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

지난 4월부터 마루콘전자에 CPS이식을 감행한 일본케미콘은 "필요없는 것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라면 기계를 멈춰도 좋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성과는 곧 나타났다.

원통형 케이스에 수축 튜브를 끼워 절연효과를 내게 하는 "슬리브장치공정"
의 경우 2개의 생산라인을 V자형으로 연결, 5명이 하던 작업을 두명으로
줄일수 있게 됐다.

이는 지금 유행하고 있는 U자형 생산방식의 변형된 타입이다.

재고부품을 정리해 생겨난 50제곱미터의 공간에 카펫을 깔아 종업원들의
쉼터로 활용했다.

사소한 일 같지만 낭비요인을 처리한 후의 성과를 종업원스스로가 눈으로
실감한 것은 효과적이었다.

CPS작업의 포인트는 각 종업원이 지혜를 발휘, 어떻게 움직이면 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가를 종업원에게 이해시키는 데 있었다.

일본케미콘은 이같은 CPS운동에 힘입어 마루콘전자의 재고분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공장내에 884.4제곱미터의 여유공간을 만들어냈다.

또 95회계연도 상반기(95년 4~9월)에는 매출과 수익을 각각 136억9,600만
엔, 9,700만엔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일본케미콘은 마루콘전자의 기업체질개선을 위한 작업에도 서둘러 착수
했다.

대리점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았던 마루콘전자의 영업력을 보강, 가격인하
보다는 소비자욕구를 파악하는데 힘쓰도록 조치했다.

12월에는 마루콘전자의 자회사인 하이맴퍼스와 가와니시전자를 통합하고
남은 생산설비는 마루콘전자의 말레이시아 현지공장으로 옮겨 생산능력을
확충했다.

마루콘전자 인수에 따른 일본케미콘의 올상반기 연결매출액은 1300억엔.

일본케미콘이 마루콘전자를 고수익기업으로 키워내 세계최대 콘덴서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부동의 자리로 굳힐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 김지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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