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카마라타(55)란 인물만큼 미 유통업계 사정에 정통한 사람도
드물다.

연간 38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OPS)인 미TJX사의
최고경영자(CEO)인데다 어릴적부터 유통업계 밑바닥에서부터 산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OPS는 의류를 중심으로한 유명브랜드 재고상품을 도매가격 이하로 현금
구매해 단순한 매장과 소수의 종업원 그리고 셀프서비스 판매방식으로
30~40% 할인판매하는 업태이다.

그가 유통업계에 뛰어든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17살 때이다.

대학진학에대한 미련이 없지 않았지만 전문가로 크기 위해서는 실전경험이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메이시백화점 창고관리자로 취직했다.

"주급 50달러의 박봉이었지요. 아무도 눈길을 주지않는 구석진 자리
였어요"

그러나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인 그는 일에만 매달렸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하루일과를 마치고 여자친구를 찾거나 술자리를 전전할
때에도 그는 유통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했다.

브루클린의 J W 메이스, 윌밍턴의 드라이 굿스, 그리고 마샬스란 상호의
유통업체를 옮겨다니며 구매관리자로서의 명성을 쌓아갔다.

그가 유통업계에 발을 내디딘지 20년만에 기회는 찾아왔다.

지난 76년 자이레사의 전경영주가 회사를 경영해보지 않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

그의 성실성과 산지식을 높이 산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이란 생활신조에 충실했습니다. 그결과 천명이 나에게 찾아
왔구나 생각했어요"

그는 흔쾌히 승락했다.

T J 맥스란 상호로 OPS사업에 뛰어들었다.

물을 만난 고기처럼 그는 승승장구했다.

메이시백화점 창고관리자로서 습득했던 물류관리기법과 그후 구매관리자
생활을 하면서 체득한 마케팅기법및 경기감각 덕분에 그는 단번에 유통업계
스타로 부상했다.

그의 진두지휘아래 T J 맥스의 매출은 지난 20여년간 매년 2자리수의
성장세를 지속했다.

T J 맥스는 이제 미국 전역에 571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초대형 업체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 10월초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기업인수를 단행했다.

점포수가 459개인 마샬스를 5억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마샬스는 T J 맥스의 최대 경쟁업체였다.

그러나 그의 공격적인 확대경영을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OPS업계가 최근들어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실경영이 필요한 때에 외형확대경쟁은 자충수란 충고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OPS의 주력상품인 의류부문에서 대형백화점들이 밀어내기식 저가
판매공세를 강화해 시장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예년과는 달리 의류경기 자체도 시들해지고 있다.

때문에 OPS나 할인전문점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형편
이다.

T J 맥스의 매출이익률도 지난 93년 3.5%에서 올해에는 2%선으로 주저
앉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감에 차있다.

이같은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이다.

"마샬스 인수소문이 나돌면서 주식가격이 주당 15달러로 25%나 뛰었어요.
OPS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지요"

OPS업의 운명이 이제 다했다는 분석은 틀린 것이라고 단언하는 그가 앞으로
어떻게 OPS업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