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 = 김영규 특파원 ]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없는 정책중 하나가 "긴축예산안"이다.

정부의 살림규모가 줄어들면 자연히 불이익을 당하는 계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긴축의 메스가 사회보장분야에 가해지면 저항계층은 국민전체로
확대돼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요즘 유럽 각국정부들이 바로 이런 위기에 처해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유럽정부들은 앞다투어 긴축
재정 예산안을 내놓고는 엄청난 저항에 시달리고 있다.

"긴축"의 정도가 심한 프랑스및 벨기에등지에서는 잇따른 시위로 도심의
교통이 마비되고 열차운행이 중단되는 사태가 빈발, "시위예보"의 중요성
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프랑스는 지난 10월10일 5백만 공무원들이 파업을 감행, "불랙 화요일"을
실감케 했다.

긴축재정의 일환으로 정부가 내년도 공공분야 종사자들의 임금을 동결
하려는데 대해 반발, 파리시내 지하철의 일부가 불통됐으며 주요 국영
업체들도 기계를 세웠다.

또 이달 15일 알랭 쥐페정부가 사회보장비의 대폭삭감 방안을 발표하자
공산당계 노조인 CGT는 오는 28일을 대규모시위일로 선포했다.

공공분야 종사자들은 24일 또한차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대학교를 중심으로한 학생들도 교육재원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에
동참, 테러위협으로 어수선한 프랑스를 한층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벨기에는 지난달 25일 수만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손에 손을 잡고 "교육
보조금 증액"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재정압박의 완화책으로 학급수와 교사를 줄이려는 정부의 긴축재정에
대한 반발이었다.

특히 이시위에는 중고등학생들도 참여, 눈길을 끌었다.

이틀후인 27일에는 인원감축을 골자로 하는 철도사업 합리화 계획에 반대
하는 철도업계 종사자들이 열차운행을 전면 중단, 상당수 사무실들이 본의
아니게 출근시간을 늦추거나 휴업을 해야 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내달 13일에는 공무원들이 대규모 파업을 추진할
계획인 등 시위열기는 오히려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같은 저항에도 불구 유럽 각국 정부의 "긴축" 입장은
단호한 편이다.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해 유럽화폐통합 대열에서 이탈될수는 없다는 현실
인식의 결과이다.

화폐통합에 참여하려면 재정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대비 3%, 공공부채
비율은 60% 이내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조건을 충족시키는 유럽연합(EU)회원국은 독일 영국 룩셈부르크등
일붕 불과하며 나머지 국가들은 내년부터 재정적자를 부지런히 줄여 나가야
99년 실시예정인 화폐통합호에 승차할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화폐통합의 선봉장인 프랑스의 경우 공공분야 지출을 금년대비
2.3% 감축하는 긴축예산에도 불구 GDP대비 내년도 지정적자규모는 3.55%에
이른다.

내년은 물론 97년에도 긴축기조를 계속 유지해야 통합1군에 참여할수 있다
는게 정부측의 예산이다.

독일정부 관리들이 프랑스도 1단계 통화통합대상에서 제외될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벨기에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사회보장 부담을 대폭 삭감하고 내년부터 부가가치세율을 인상, 세수를
늘려도 1백40%에 이르는 공공부채 비율을 60%로 낮추는데는 15년이 걸릴
전망이다.

90억달러 상당의 재정지출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도 예정대로 집행돼도 재정적자 비율은 5.9% 공공부채비율도 1백20%를
넘는다.

야당의 반대로 의회통과조차 못한 스페인의 내년도 예산도 재정적자비율이
금년의 5.9%에서 내년에는 4.4%로 줄이는데 만족해야할 수준이다.

노조의 힘이 약화되면서 "파업병"이 치유단계에 접어든 유럽이 이제
긴축재정이란 복병으로 인해 또다시 파업후유증에 시달리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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