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과연 오는 15일 사상 처음으로 채무불이행사태에 직면할 것인가.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그렇다".

가용할수 있는 국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기존에 발행한 국채의 원리금을 상환할수 없는 형편이란 뜻이다.

미 연방정부의 차입한도는 4조9천억달러이다.

그러나 지난달 31일현재 연방정부의 차입액은 4조8천9백70억달러에 달한다.

재무부가 장단기 국채를 발행해 돈을 끌어 쓸 수 있는 여력이 더이상
없다는 얘기다.

연방정부는 당장 오는 15일 2백45억달러의 국채이자를 상환해야 하는데
남아 있는 돈이 없고 새로이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할 수도 없어 이자
지불을 연기하거나 중단해야 하는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이다.

물론 연방차입한도를 높일 경우 문제될 것은 없다.

연방정부의 차입한도가 늘어난 만큼 재무부가 새로이 국채를 발행해 종전에
발행한 국채의 원리금을 갚아나가면 그만이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하 양원은 채무불이행이란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연방차입한도를 다음달 12일까지 잠정적으로 6백70억달러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최종 확정,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초 클린턴행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은 공화당의 연방차입한도 잠정상향조정안을 거부할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받아들수 없는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공화당은 연방차입한도를 잠정적으로 상향조정해주는 대신 자당의 균형
예산안을 승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은 연방예산지출을 9천억달러 감축하고 세금을 2천4백50억달러 축소
해 오는 2002년까지 예산균형을 이룬다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 안이 노약자및 빈곤층에 대한 복지예산지출을 지나치게
삭감하고 있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연방차입한도 상향조정안 자체에도 수용할수 없는 조건이 붙어 있다는게
클린턴행정부의 주장이다.

공화당의 연방차입한도 잠정상향조정안은 다음달 13일이후 차입한도를
4조8천억달러로 1천억달러 낮출 것을 명시하고 있다.

재무장관의 연방신탁기금 활용권한제한은 물론 상무부폐지및 각종 정부
규제완화등도 받아들일수 없다는 주장이다.

클린턴행정부는 "공화당이 자당의 균형예산안을 강요하기 위해 정치적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며 조건없는 연방차입한도 상향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9일 비상각의를 소집, 채무불이행과 예산안조정실패로 인해
초래될 연방정부의 업무중단사태에 대비한 조치들을 검토했다.

물론 클린턴행정부가 채무불이행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지할수 있는
수단은 제한돼 있다.

연방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금이나 기타 자산을 서둘러 매각해야 하는데
이는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

연방퇴직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을매각해 급한 불을 끄는 것도 현재
로서는 법적으로 합당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

클린턴행정부는 그러나 공화당에 굴복하기보다는 차라리 채무불이행과
그에따른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클린턴행정부와 의회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채무불이행사태로 치달을
경우 국제금융시장및 세계경제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장 미재정관리능력에 대한 신뢰도에 먹칠을 해 달러당 1백엔선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가치를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가치는 9일 뉴욕시장에서 장중한 때 99.80엔으로 달러당 1백엔선
밑으로 밀리는등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또 액면가 1천달러짜리 30년만기 국채 가격도 이날 5달러나 하락하는등
장기적으로 채권금리를 큰폭으로 끌어올리고 이는 곧 국제금융시장의 차입
금리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1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