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저머니"를 고집해온 메르세데스 벤츠가 "벤츠=독일산"이란
등식을 파괴하고 나섰다.

이 회사는 올초 "독일산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선언한 후 스워치모빌
이란 소형승용차의 생산기지를 프랑스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또 현재 2%에 불과한 해외생산비중을 앞으로 10%선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현지생산에 지극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벤츠가 이런 결정을
한데는 악화되고 있는 독일의 기업환경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서독측 자동차산업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56.96마르크로 미국보다 44%,
프랑스에 비해 20%이상 높다.

환경보호비부담도 크고 법인세율도 높기는 마찬가지다.

경쟁력강화란 목적을 위해 생산비가 낮은 프랑스에서 스워치모빌을
생산키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벤츠의 이같은 변신은 그러나 제품이미지의 세계화란 보다 장기적인 전략이
깔려 있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 더이상 앉아서 장사하는 시대는
지나갔음을 인식한데 따른 결과이다.

실제로 런던에 있는 컨설팅업체인 울프올린스사가 유럽 2백대 비독일계기업
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일산이란 이유가 더이상 구매욕을 부추기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디자인이 열악하고 유행을 따르지 못하는등 독일이란 나라가 풍기는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벤츠로서는 제품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한 입장이며 올들어 중국
브라질등에 잇달아 생산기지를 구축키로 결정한 것도 이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생산원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보다는 "브랜드의 현지화"가 더욱
필요했던 것이다.

미 포드 크라이슬러와 경쟁, 중국측과의 합작선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로비도 불사했다.

르노 볼보 아우디등 유럽의 여타 자동차업체들이 일제히 미국현지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최대 자동차수요국인 미국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개발 생산
판매를 동시에 추진하는게 효과적이란 계산에 따른 결론인 셈이다.

미국시장에서는 "프랑스의 르노"가 아니라 "미국의 르노"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유럽업체들의 "브랜드현지화"전략은 경제성장률이 높은 아시아지역에서
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독일자동차업계의 경우 해외공장의 3분의1 이상이 아시아지역에 밀집돼
있다.

독일전자업체인 지멘스는 최근 아시아지역의 정보통신및 사회간접자본부문
에 40억달러를 집중투자, 앞으로 4년이내에 매출액을 현재의 2배수준인
1백50억달러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세계최대의 백색가전업체인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도 3년내 아시아지역에서의
매출을 2배이상 높인다는 방침아래 생산기지 확충을 검토중이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대아시아전략보고서를 발표, 아시아지역시장의
중요성을 부각시킨후 올해는 일본 중국등 국가별 시장공략방안을 마련하는
등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유럽업체들은 결국 해외현지생산강화를 브랜드이미지의 세계화방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원가절감 수입규제회피등 과거와 같은 소극적인 목적을넘어서 브랜드의
현지화를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스위스 네스카페브랜드의 가치는 미코카콜라
의 3분의1에 불과하며 세계유명브랜드중 10위에 머무는등 상품의 세계화
수준이 뒤떨어져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전략인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유럽의 실업사태가 보다 악화되는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의 경우 지난 91년에 비해 근로자수가 15만명이나 줄었으며
앞으로도 5만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게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이미지의 세계화를 위해 벤츠가 "벤츠=독일산"이란 등식을
무너뜨렸던과 같은 현상은 앞으로 유럽 산업계 전반에 보다 확산될 전망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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