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특약 독점 전재 ]]]

"두명의 경제학자에게 하나의 질문을 하면 세가지 답변이 나온다"

사람들이 곧잘하는 농담이다.

이 농담에 맞는 질문이 요즘 하나 있다.

미국이 재정적자를 감축,균형예산을 이루면 달러가치가 어떻게 될것인가가
그것이다.

앨런 그린스펀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달러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다.

한스 티트마이어 독일분데스방크총재의 대답도 같다.

그러나 최근 FRB가 잭슨홀시(와이오밍주)에서 개최한 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정반대의 의견을 개진했다.

존스홉킨스대의 로렌스 볼박사와 하버드대의 그레고리 맨키유교수는 재정
적자가 줄어들면 달러가치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폴 크루그먼 스탠퍼드대교수와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교수같은 유명한
경제학자들도 여기에 동조했다.

누가 옳은가.

불행히도 과거 어떠한 경험과 이론도 이를 명확히 판정해주지 못하고 있다.

상황과 시대에 따라 양쪽 주장의 옳고 그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를 보면 회계정책과 환율사이에는 명확한 연관성이 없다.

미재정적자가 급증하자 달러가치가 치솟았던 지난 80년대 상황과 통독후
독일이 적자예산을 편성했을때 마르크가치가 올랐던 것은 경제학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등 다른 나라에서는 재정적자가 많아질수록
통화가치가 떨어졌다.

경제이론도 모호하다.

재정적자가 줄어들면 달러가 내려간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먼델-
플레밍모델"에 근거를 둔다.

60년대초 로버트 먼델과 존 플레밍이 공동 개발한 이 모델은 "통화공급이
불변일때 재정적자축소는 내수감소를 초래,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금리
하락은 외국자본유입을 둔화시킴으로써 통화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먼델-플레밍모델은 그러나 환율을 결정하는 다른 요소들을 무시하고 있어
결점이 많다.

먼저 이 모델은 환율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가정을 무시할 경우 재정정책이 바뀌면 환율움직임은 장.단기적으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 미금리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하면 달러가치는
단기적으로는 내려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리하락에 따른 경기활황으로
다시 상승하게 된다.

두번째 문제는 자산가치의 변화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즉 미재정적자가 줄어들면 달러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금리변동
위험을 낮출수 있다.

이는 재정적자가 줄어들면 채무불이행 위험이나 인플레고조 우려같은
국가리스크 프리미엄(위험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리스크프리미엄이 없어지거나 줄어들때는 금리 하락시 통화가치는 단기적
으로도 올라갈수 있다.

마지막 문제는 이 모델이 한 나라의 장래 해외순자산및 부채변화를 무시
하고 있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볼때 미재정적자가 줄면 국가전체의 저축증대와 경상수지적자
감소를 가져와 해외순부채를 줄이게 된다.

이때 달러의 장기균형환율(가치)은 올라간다.

따라서 재정적자축소는 <>장기균형환율 상승 <>국내금리하락 <>인플레및
채무불이행위험도 축소등 3개방향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정적자축소로 인한 통화가치의 변동양상은 인플레나
채무불이행위험정도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이탈리아의 장기국채금리는 독일에 비해 5%포인트가량 높은데 이
금리차가 이탈리아의 국가리스크프리미엄이다.

스웨덴과 캐나다도 이탈리아처럼 리스크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이처럼 리스크프리미엄이 있는 국가들에서 재정적자가 축소되면 그나라
통화가치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모두 올라간다.

이와는 달리 미국의 채권금리는 독일보다 낮다.

이는 미국의 리스크프리미엄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이에따라 미재정적자가 줄어들면 초기에는 달러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달러가치가 올라간다는게 IMF의 논리이다.

지금 미의회와 행정부는 재정적자축소방법과 폭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재정적자축소방안이 도출된후 실제로 재정적자가 대폭 줄어들 경우엔 재정
적자와 달러가치의 상관성에 대한 해답이 나올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별다른 축소효과를 내지 못하고 대규모의 재정적자상황이 지속될
경우 "재정적자축소와 달러가치변동"에 대한 논란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채 학문적인 수준으로 계속 남게 될것이다.

< 정리=이정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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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America balances its budget, will the dollar rise or fall?"
Oct. 21, 1995, c The Economist, London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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