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부가 최근 미국에서 영업중인 일본은행들이 곤경에 빠질때 긴급자금을
지원키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일본금융기관들의 미국현지 지점이
자금위기에 봉착할 경우, 재무부와 FRB가 일본중앙은행이 보유중인 미국채를
담보로 구제자금을 대준다는 것이 지원내용의 핵심이다.

자금지원규모는 얼마나 될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중앙은행이 매입,미뉴욕연방은행에 맡겨두고 있는 미국채의
싯가총액이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사실을 감안할때 적게는 수억달러에서
많게는 1백억달러까지 자금을 지원해 줄수 있을 것으로 금융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게 된데는 지난달말 발생한 일다이와은행 뉴욕지점의
거액 손실사건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통상부문에서는 일본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던 미국이 일본금융계
를 지원키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언뜻보면 마치 미국이 일본에 대해 굉장한 선심을 베푼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철저한 이기주의의 발로임을 쉽사리 파악할수 있다.

정부부채가 거의 5조달러에 이르면서 유엔분담금마저 체납하고 있는 미
정부가 자기 나라 은행도 아닌 일본은행들을 도와주겠다고 결정한 것은
순전히 미국자신을 위해서이다.

미국은 일본은행들의 자금부족이나 파산 그 자체를 염려하지는 않는다.

남의 나라 은행이 곤경에 처하든 말든 사실상 미정부로서는 별 상관이
없다.

미국이 실제로 염려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 영업중인 일본은행들이 현금
유동성부족같은 자금핍박을 받게 될때 미금융시장이 직간접적으로 입게될
피해이다.

미국은 다이와은행같은 대형금융사고가 재발하게 되면 미금융시장, 그중
에서도 특히 국채시장이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만일 어느 한 일본은행의 미국지점이 다이와은행처럼 11억달러라는 거액의
손실을 입어 자금핍박을 받게 되면 미정부가 발행하는 재무부채권에 투자
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은행들은 또 손실보전을 위해 보유중인 미국채를 대량 매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채값은 떨어지게 되고 미정부의 국채매각에 차질이
빚어진다.

국채값이 떨어지면 채권수익률(금리)은 높아져 미정부는 자금조달비용증가
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채권수익률상승은 미국의 시장금리를 끌어올리게 됨으로써 경제성장률을
위축시킬 여지도 있다.

사실 미국으로서는 미국내에서 영업중인 일본은행들을 나몰라라 할수 없는
입장이다.

일본은행들이 미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미국내 총여신중 일본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9.4%에 달하고 올 상반기중
일본은행들이 사들인 미국채는 2백40억달러치에 이른다.

미국측이 일본은행들을 지원키로 한 데는 세계경제 전체를 위해서라는
대국적인 측면도 있다.

천문학적인 부실채권등으로 구조적인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일본은행계를
방치해 두었다간 세계경제전체가 흔들릴수 있다는 우려에서 미국은 일본
은행들을 도와주기로 결정했다고 볼수 있다.

최대 1조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일본은행들중에서
다이와은행같은 대형금융사고가 재발한다면 그때는 세계증시나 외환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미정부가 미국내 일본은행들을 도와주기 위한 방안을
수립하게 된것이다.

행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미의회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짐 리치 미하원은행위원장은 최근 "일본중앙은행의 유가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어서 큰 문제가 될것이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따라서 미국의 대일은행구제방침은 별무리없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각에서는 미국의 용인하에 엔고가 시정된 점과 이번의 일본은행에
대한 지원방침을 예로 들면서 미일 양국이 종래의 대립관계에서 상호협력의
밀월관계로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평가를 내리고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