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와있는 주재원들이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나이에 비해 대단히 젊어보인다는 사실이다.

40대후반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샐러리맨의 입에서 곧 정년퇴직
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는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50대초반정도로 본 사람에게서 손자가 국민학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겸연쩍어 했다는 사람도 있다.

거기에 비하면 한국인들은 겉모습이 좋은 말로 표현해 참으로 노숙하다.

같은 나이의 일본인에 비해 대략보아 다섯살이상씩은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40대의 지사장이 백발이 성성한 경우마저 드물지 않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주재원들이 분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종종 지적되는 이야기는 역시 일본인들은 세계에서도 최장수하는
국민들이라는 점이다.

평균수명이 80세에 달하니까 평균적으로 늙는 속도도 늦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다음으로 거론되는 것은 음식문제다.

일본인들은 먹는 양이 적은 편인데다 생선류를 많이 먹고 있는 점이 늙는
속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식의 생각이다.

그러나 주재원들이 공감하는 최대의 이유는 결국 스트레스라는데로
모아진다.

일본인들의 경우는 한국인에 비해 스트레스가 월등히 적다는 것이다.

일본직장인들은 회사에 몸을 담고 있으면 자신의 일에만 신경을 쓰면된다.

그것도 같은 일을 퇴직할 때까지 계속하면 되는 경우가 주류를 이룬다.

다른 일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생각보다 의외로 단순하다.

반면 한국회사에서는 신경써야 할일이 너무나 많다고 주재원들은 입을
모은다.

영업실적에 매달려야 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업무와는 관계없는 일들로
윗사람의 눈치를 보고 아래사람을 의식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밀려나지 않기 위해 때로는 경쟁자들을 누르기 위해 정치도 하고 인맥
만들기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게다가 업무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새업무를 익히느라고도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빨리 늙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안받아도 좋을 스트레스때문에 빨리 늙는다면 그것은 서글픈 일이다.

한국의 기업문화를 다시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않나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