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과의 합의사항들은 내용이 확고하고 이행을 촉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6월 일본과의 합의내용도다는 훨씬 낫다"(뉴욕타임스,
시카고 트리뷴,LA타임스)"

앞으로 3년내에 미자동차가 한국 자동차시장의 5%를 차지할 것이며, 외국산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USA투데이)

"한국이 수입장벽을 낮추기로 합의한데 대해 환영하며, 미키 캔터 USTR
대표및 그의 참모들의 노력에 감사한다"(미자동차제조협회의 공식논평)

한.미자동차협상 타결을 두고 이렇듯 미국은 환영일색이다.

미키 캔터가 회담중에 언급했듯이 승리(VICTORY)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얼마나 만족했으면 한국을 밀어붙여 끝장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던 자동차
제조협회(AAMA)까지도 감사논평을 냈을까.

따라서 미국측에서 보면 위대한 승리요, 우리측에서 보면 굴욕적이기까지한
부분이 없지않다.

세제와 형식승인의 합의내용이 그렇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회담에 임하는 우리측의 자세에 있는 것 같다.

명색이 회담대표로 나온 사람들이 아무 재량이 없었다.

회의 한번하고 밤새워 본국의 훈령 기다리고, 다음날 그 훈령에 따라 협상
을 벌이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마치 미국에 철야하러 온 것 같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협상팀중에서 흘러
나올 정도였다.

몇가지 대안이라도 가지고 왔던들 이 고생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탄식도
나왔다.

이러다 보니 미국의 페이스에 말릴 수 밖에 없었고, 미국이 301조나 WTO를
운운하기만 하면 지레 겁을 먹고 하나씩 양보하기에 바빴다.

사실 미국은 우리네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겁주면 듣는다"는 대한국관이 통상관계자들 사이에 깊이 새겨져 있는게
사실이다.

담배시장개방등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개방화시대에 우리만이 빗장을 걸어둘 수는 없다.

시장을 열어야 함은 당연한 세계적인 추세다.

그런데 그 방법이 문제다.

미국에 대항하는 논리를 전혀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이웃인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는 미국내의 경제연구소나 법률회사에
용역을 의뢰, 법률, 산업등의 체제나 분위기를 수시로 모니터 하면서 미국
전반을 파악하고 있다.

미국을 상대하는 큰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저 감정에 호소하면서 처분이나 바라는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제는 미국을 대하는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듯 미국은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는 나라가 아니라,
자기들의 이익만을 철저하게 추구하는 나라로 변했다는 사실을.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