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버메이드사가 재도약이냐 좌절이냐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다.

지난 85년이래 포천지가 선정하는 존경받는 미국기업중 상위 10위권에
꼽히며 주방용품 실내장식품 완구 사무용품등 미국의 고무및 플라스틱제품
시장을 휩쓸어왔던 러버메이드가 올들어 이익감소에 허덕이며 크게 흔들리고
있다.

러버메이드의 올 2.4분기 이익은 2,9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9%나 줄어들었으며 하반기에도 남는 장사를 하리란 기대를 할수
없는 형편에 처해있다.

지난 40여년 연속 매출기록을 경신해 왔던 러버메이드의 이익이 이처럼
줄어들기는 80년이후 처음이다.

러버메이드의 이익감소는 경기둔화로 인한 미국인들의 소비심리위축과
플라스틱제품 원자재시세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프강 슈미트 회장겸 최고경영자의 독선적 경영태도로 인해 조직
응집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점이 더 큰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슈미트 회장은 92년말 취임이래 최고경영진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로
조직전체를 술렁이게 했다.

3개 사업부문 사장들이 최근 18개월사이 회사를 떠났으며 해외시장을 관장
하던 2명의 사장도 새로운 인물로 전격 교체됐다.

슈미트 회장이 든 인사의 칼날은 최고경영진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에게도
미쳐 그동안 러버메이드와 생사를 같이 했던 중간관리층 역시 대폭 갈렸다.

회사 안팎에서는 인사가 회장의 편견에 따라 좌우되고 있으며 관리자들의
독창적인 사고는 무시되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사업에 대한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 점도 도외시할수 없다.

84년 인수한 이래 매출이 10배이상 늘어 지난해 외형이 5억달러규모로
성장한 완구업체 리틀 타익스가 스텝2사와 마텔사의 피셔 프라이스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자사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체와의 관계도 심상치 않다.

경쟁업체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을 감안, 이들 업체에 자동
발주시스템을 설치하는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 비해 러버메이드는 과거의
명성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불만이 유통업체들로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매출(22억달러)의 15%가량을 소화해주는 월마트와는 원가상승압박에 따른
납품가격인상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오는 2000년 해외매출비중을 현재보다 14%포인트 많은 3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다.

러버메이드 자체는 그러나 아직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하루 한개꼴로 신제품을 만들어내는등 제품개발력에서 다른 업체를 여전히
앞지르고 있다.

카렉스사 인수와 같이 소규모업체의 지속적인 인수및 합작사업은 새로운
사업영역에서의 성공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올 하반기이후에는 원자재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 슈미트 회장이 인사에서는 잡음을 빚고 있지만 3년이내에 3,400만달러
가량 경비를 줄인다는 강력한 경영합리화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이익
곡선이 또다시 고개를 치켜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버메이드가 최근에 불어닥친 한파를 이겨내고 이제까지 유지해 왔던
강점을 살려 미국내 가장 견실한 기업으로서의 명성을 되찾을수 있을지
관심이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