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미국시장과 가깝다는 이점을 제외하더라도 많은 인구와
시장성장가능성등에서 투자유망지역으로 꼽을만하다.

멕시코인구는 8천6백만명으로 한국의 두배에 이른다.

1인당 국민소득은 4천달러수준이다.

멕시코국민들의 구매력이 한국국민보다는 낮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신규수요폭발을 기대할수 있다.

국내기업들중 멕시코내수시장을 겨냥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곳은
가전분야.

대우전자 LG전자 삼성전자등 국내 가전3사는 멕시코에 판매법인을 잇따라
설립했다.

대우전자는 93년6월,LG전자는 94년4월,삼성전자는 95년7월 멕시코에
진출했다.

멕시코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가전제품수요가 성장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멕시코판매법인의 신상흥대표는 "가전제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천~4천달러수준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며
"페소화폭락으로 현재 물건을 팔기가 어렵지만 1,2년후를 대비하기 위해
판매법인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전자는 판매법인 설립과는 별도로 지난해부터 멕시코 내수시장용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짓고있다.

멕시코시티에서 3백여 떨어진 게레타로지역에 냉장고및 세탁기 생산공장을
완공,오는 9월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대우전자판매법인의 구판태대표는 "멕시코시장에서 물건을 팔려면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게 유리하다"며 "지금부터 투자를 해야 제품과 회사인지도를
높일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전자의 게레타로공장은 멕시코의 외국기업투자제도법상 피텍스(Pitex)
에 속한다.

피텍스는 수출기업에 적용되는 마킬라도라와는 달리 내수시장에 진출하는
외국기업들을 위한 제도다.

피텍스기업은 매출액의 30%이상을 외국으로 수출할경우 장비 기계수입에
면세혜택을 받고 10%이상 수출하면 원료와 포장재료 연료등에 대한 관세를
면제받는다.

석유화학제품인 플라스틱제품사업도 한국기업들의 유망한 투자분야로
꼽히고 있다.

멕시코는 플라스틱 원부자재가 풍부한 반면 인젝션머신(사출기기)
관련기술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분야 진출업체로는 영창정밀 신행통상등을 들수있다.

영창정밀은 멕시코의 시텍그룹과 합작,플라스틱제품 생산업체인
시아사아이라미사를 지난 9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폴리에스터필름과 EV수지를 원료로 사용해 라미레이팅파우치필름(ID카드
관련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행통상의 경우 합작회사인 프로필라텍스사를 통해 수술용 장갑과 콘돔을
93년부터 생산중이다.

섬유와 혁제제품 분야의 경우 수직계열화를 겨냥한 사업진출이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멕시코무역관 최영범관장은 "멕시코에는 원면
석유화학제품등 섬유소재와 가죽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며 "저임금을 겨냥한
단순가공보다 원료부터 현지에서 조달하는 수직계열화전략이 섬유와
혁제가공사업에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갑을방적 동국무역등이 이분야 진출을 추진중이다.

플랜트및 일반건설분야도 눈여겨 볼만하다.

선경건설은 지난93년 국영석유공사(PEMEX)로부터 자동차가솔린첨가제
생산공장과 나프타를 휘발유로 바꾸는 공장등 3개 건설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멕시코정부는 석유화학시설 낙후로 대기오염문제가 심각해지자 시설교체
작업을 대대적으로 추진, 플랜트건설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멕시코 현지에서는 선경건설의 PEMEX플랜트공사 수주이후 한국건설업체에
대한 경계심이 일고있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과 선경건설등 국내건설업체들이 여러차례
응찰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한국업체를 의식한 현지업체들이 저가공세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민간유치계획에 따라 도로 항만등의 토목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일반주택수요도 증가추세를 보이고있다.

자동차의 경우 멕시코에 이미 진출해있는 5개업체(GM 포드 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닛산)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공장설립절차도 까다로워
멕시코 진출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주)대우 멕시코법인의 이영렬대표는 "멕시코에 자동차공장을 세우려면
현지부가가치율과 수출의무비율등 여러가지 기준에 맞춰야 한다"며 "한국
자동차회사들이 멕시코정부의 규정을 지키면서 공장을 세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우자동차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등이 멕시코진출을 추진해왔으나
까다로운 규정때문에 공장설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업체를 인수하거나 사회간접자본유치 공기업민영화등에 참여하는
것에도 관심을 둘만하다.

페소화 폭락이후 멕시코경기가 불황에 빠져들면서 많은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있기 때문이다.

한국종합상사들은 요즘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고있는 유통업체들과
금융기관등 경영난을 겪고있는 업체들을 물색중이다.

(주)대우의 최명철차장은 "페소화 폭락이후 유통업체들과 금융기관들이
부도위기에 빠지는등 어려움을 겪고있다"며 "적은 돈으로도 필요한 업체를
인수할수 있는게 요즘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기업민영화는 멕시코의 최대이슈중 하나.

지난 30년대 국유화이후 멕시코독립과 주권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PEMEX와
관련계열기업들의 민영화 여부가 서방기업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
하고 있다.

세디요대통령은 페소화 폭락이후 정부재원부족을 보전하기 위해 국영기업
의 민영화를 가속화 하고있다.

멕시코정부는 PEMEX의 계열사중 천연가스와 일부 석유화학관련기업,
배관시설 관련기업들만을 민영화하고 본사는 국영기업으로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외국자본부분참여를 허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상사들은 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자본분야와 공기업민영화에 대한
참여가 한국과 멕시코의 경제관계를 한단계 격상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멕시코 내수시장은 그동안 세계최대시장인 미국에 가려져왔다.

미국에 진출하기 위한 전진기지로서 저렴한 인건비와 값싼 전력 용수의
이점만이 강조돼왔다.

"멕시코는 시장크기와 잠재력등에서 실제보다 과소평가돼 왔다"(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심국웅공사) 멕시코에 진출해있는 한국기업들은 "지난해 12월
페소화 폭락이후 경제가 어려운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지난해 1달러당 3.4페소였던 환율이 올들어 6~8페소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장설립이나 기업인수에 들어가는 비용(달러환산기준)이 절반으로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페소화 폭락으로 멕시코경기가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할때 멕시코에
진출하는게 "투자의 타이밍"이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