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주요 매스컴들은 지난 11일 프레지던트 엔터프라이즈사의 카오 칭
유안사장(66)의 말을 머릿기사로 다뤘다.

중국이 대만 북부지역을 겨냥해 미사일발사 실험을 한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그는 대만기업들이 "당분간" 중국투자를 중지해 줄 것을 촉구
했으며 연합보등 유력 매스컴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현재 대만에서 "잘 나가고 있는"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는 총수로서
뿐 아니라 대만내 최대 공업협회인 중화민국전국공업총회 회장이자
집권 국민당 중앙위원인 카오 사장의 말은 대만 기업들의 대중국투자
좌표를 암시할 정도의 무게가 있어 현지 신문들의 이같은 보도는
겉으로 보기에는 별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카오 사장과 프레지던트사를 알고 나면 앞뒤가 안맞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대만 기업들 가운데 중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업체가 프레지던트사이기 때문이다.

카오 사장은 그러나 대만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먼 훗날 대만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토에 투자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

그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뿌리가 깊지만 2년전 프레지던트사가 궁지에
몰렸을 때부터 그의 이같은 "중국관"은 더욱 확고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67년 면류제품과 사료를 만드는 식품회사를 설립해 30년 가까이
이를 키워온 카오 사장에게 93년은 최대의 시련기였다.

대만 인스턴트 면류제품과 음료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매출이 크게
떨어지는 와중에 식품업계의 경쟁이 심화되고 인건비가 크게 올라 적자
직전으로까지 몰리는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그가 찾은 돌파구가 업종다각화와 중국시장 진출확대였다.

식품 뿐 아니라 전자 금융 발전설비등의 분야로 사업을 빠른 속도로
확장시켜 나갔다.

최근에는 왕컴퓨터의 대만 현지법인을 완전히 인수,프레지던트
테크놀로지사로 이름을 바꿔 모니터와 컴퓨터용 마더보드,소프트웨어
등을 생산하면서 회사의 경영상태도 흑자기조로 바꿔놓았다.

또 미국 애틀랜타주에 본사를 둔 서던 일렉트릭 인터내셔널사와
합작으로 전력회사를 만들어 대만의 발전소건설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미국의 보험회사인 이글 스타라이프사와 제휴,
보험산업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카오 사장에게 중국시장 공략은 2가지 의미가 있었다.

시련기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회사의 장래를 탄탄히 다져 놓으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그는 이를 위해 대만 세븐일레븐 체인점을 세계 최대의 규모로
키운 저력을 바탕으로 중국내에도 이 체인점을 만들려고 미서덜랜드사와
협상중이다.

카오사장은 그러나 아직까지도 프레지던트의 핵심사업은 식품분야임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인이 미국이나 유럽,일본인들에 비해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서 사업을 할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