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도쿄증시와 함께 세계증시의 중심축을 이루는 뉴욕증시는 올들어 사상최고
기록 경신행진을 이어가며 강세기조을 다져왔다.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는 올상반기중 23%의 상승률을 기록, 도쿄나 런던
시장의 투자자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이후에는 주가상승탄력이 급격히 둔화되는 추세다.

시장내부적으로 주가가 단기에 너무 올랐다는 경계심리가 작용한 탓도
있지만, 지난2.4분기중 상장기업들의 이익이 예상보다 저조했는데다 이달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달러화강세가 주가억제의 주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우존스지수 산정대상에 포함되는 상장기업들은 대부분 매출의 절반이상을
해외영업에 의존한다.

때문에 달러화강세가 이어진다면 미국 간판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상실로
매출정체와 수익구조의 악화에 시달린다는게 뉴욕증시 참여자들의 우려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코카콜라나 P&G 등 다국적기업들의
주식이 연일 속락하고 있다.

보다 직접적으로 월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내로라는 시황분석가와
투자전략가들이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장세비관자료이다.

이들 전문가들의 시황분석과 전망은 다른 어떤 시황지표 보다 투자자들,
특히 대형펀드매니저들의 매매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은 지난 87년 10월 19일(블랙먼데이)주가대폭락이 있기전 라비
블라트교수의 "1990년 대공황"이란 책이 월가에서 널리 읽혔던 점을 상기
하며 최는 "대세상승국면이 곧 마무리 되고 깊은 휴면기에 빠져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황분석보고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요즘 뉴욕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황분석가는 게인즈빌(플로리다주)에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투자자문을 해오고 있는 레오 후드씨.

레오 후드의 시황전개 시나리오는 주식투자자들에게는 절망적인 내용이다.

그는 뉴욕증권거래소가 거래중지결정을 내려야 할 만큼 대량 투매물량이
쏟아지고 다우평균주가는 하룻만에 2백50포인트나 떨어져 60여개월간 지속된
대세상승국면이 막을 내릴 것으로 예언하고 있다.

레오 후드는 이런 상황이 올해안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그가 발간하는 일일
투자전략보고서를 통해 확언한다.

기술적 분석가로 유명한 단 술리반도 레오 후드의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

그는 최저.최고가 경신종목수와 거래량 등 주식시장내부의 기술적 요인들을
근거로 장기시황진단을 내려 볼 때 현재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사설투자기관인 HIES사의 시황분석담당 저스틴 메미스도 "신고가경신좀목수
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매수에너지가 고갈되어 간다는 증거"라며
비관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거시경제지표나 기업경영실적 등을 통한 기본적 분석에 충실한 전문가들
사이에도 역시 비관론이 우세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펜하이머사의 주식투자전략담당마이클 메츠는 "주식투자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지금 당장 보유주식을 팔아 현금화 하는 것"이라며 그 근거로
대부분을 주식들이 실제가치보다 너무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을 들었다.

그는 현재 뉴욕증시의 모습을 "안전장치없이 고공곡예를 펼치고 있는
곡마단"에 비유한다.

살로몬 브라더스의 수석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술리만 또한 "지금까지
달러화약세가 미국기업들의 수출가격경쟁력을 높여주고 해외자회사들의
실적을 호전시켜뉴욕증시에 실적장세를 가져왔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엔화에
대해 달러화가 치솟고 있어 주식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이런 전문가들의 비관적 조언에 대해 일부 주식투자자들은 "칵테일파티에서
금주령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뉴욕증시 참가자들 사이에는 아직까지 칵테일파티가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매수세가 대형주 보다는 중소형주에 집중되고 있고, 첨단기술
관련주외에 뚜렷한 주도업종이 없어 불길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