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코스모신조 예금인출사태는 부실채권에 짓눌려 있는 일본
금융체제에 대한 국제금융계의 우려를 한층 고조시켰다.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도사태가 도미노현상을 일으켜 일본 금융
체제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멀지않아 일본에서도 2차대전후 처음으로 은행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코스모신조는 도쿄 최대이자 일본내 4위의 신용조합.

은행에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규모가 작지만 이 신용조합이 금융당국으로
부터 1천8백억엔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본 금융계에 거센 파문을 몰고 왔다.

코스모신조의 전국 지점에서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져 지난달 31일부터 이틀
동안 수신고의 14%에 해당하는 돈이 창구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 전국신용조합연합회가 부랴부랴 긴급자금을 지원
하고 도쿄도가 코스모신조의 영업을 정지함에 따라 최대위기는 넘겼으나 이
부실 신용조합 처리문제가 일본 금융당국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대장성은 코스모신조에 자금을 대준 6개 은행들에 채권 일부를 포기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실채권을 감당하기 어려운 금융기관은 비단 코스모신조만이 아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이 전국 4백19개 신용금고와 3백74개
신용조합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30%가량이 경영상 가장 큰
문제로 부실채권을 꼽았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신용조합의
30%와 신용금고의 14%가 합병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신용조합.신용금고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 금융기관은 주택자금
대출을 주업무로 하는 주택금융회사들이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문제된 것도 80년대말 거품경제기에 무분별
하게 대출을 남발한 것이 화근이 됐다.

90년대 들어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기관들이 다같이 부실
채권에 짓눌리게 됐으며 특히 주택금융회사들은 8개 가운데 7개는 부실채권
이 6조엔에 달해 93년부터 10개년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했다.

일본정부 집계로는 금융기관들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은 총50조엔.

정부예산인 70조엔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회수할 수 없는 "악성" 부실채권만도 10조~15조엔에 달한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부실채권의 실제규모는 정부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계의 부실채권은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중의 하나이다.

일본경제는 디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로 위기에 처해 있다.

금융권이 부실채권에 묶여있다 보니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

자금회전 둔화와 소비.투자 위축이 악순환함에 따라 한때 회복기미를
보이던 경기는 다시 침체국면에 빠졌다.

일본정부는 가을쯤 부실채권문제 해결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일부에서는 공공자금을 사용하는 도리밖에 없다고 주장하나 국민들의 반발
이 심하다.

작년말 동경신조와 안전신조가 부실화되자 도쿄도와 대장성 일본은행이
주축이 되어 지방재정과 민간은행들의 출자로 "도쿄교토은행"을 설립,
이들을 구제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비난도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정부내에서도 세금으로 부실금융기관을 구제해선 안되며 부실금융기관은
망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일본 금융체제의 불안에 대해서는 미국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재무부는 수개월전 고위관리들을 도쿄에 보내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
채권문제와 해결방안에 관해 조사를 벌였다.

일차적으로는 일본 금융체제가 불안해져 미국 금융시장에서 일본자금이
일시에 이탈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일본 금융체제의 동요라기 보다는 금융
체제 불안에 따른 경기침체라고 보고 있다.

일본 경제가 침체되면 그만큼 미국의 대일수출이 위축돼 무역적자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금융계는 정부가 코스모신조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시하고 있다.

코스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부실채권문제 해결방향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좌우간 이제 일본에서도 부실은행이 도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