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미국 컴퓨터회사 IBM 회장겸 최고경영자로 취임한뒤 회사를 위기에서
건져낸 루이스 거스너 회장이 사소한 말 한마디로 구설수에 올랐다.

거스너회장은 지난 7월31일 월스트리트의 산업분석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IBM의 장기비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IBM이 마이크로소프트(미국)와의 개인용컴퓨터(PC) 운영
체계(OS)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런데 이 발언이 이튿날 뉴욕타임스지에 크게 보도되자 거스너회장은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거스너회장은 OS에 집착하는 것을 "마지막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데스크탑시장을 뒤쫓기에는 너무 늦었다"면서 "다음 상품을 향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OS/2"로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나 "윈도즈"시리즈에
대항하려던 IBM의 노력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거스너회장이 처음으로 시인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IBM 내부에서는 "OS/2"의 장래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나돌았다.

일부에서는 "윈도즈95"가 출시되면 고객들이 OS를 바꾸면서 "OS/2"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이롭다고 말한다.

반면 다른 일부에서는 전세계 OS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돈만 낭비하는 처사라며 현실론을 제기한다.

거스너회장은 90분간의 모임에서 앞으로 IBM은 대기업이나 기관들을 상대로
"OS/2"를 공격적으로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타임스는 거스너회장이 처음으로 사내의 현실론을 수용했다고 풀이
했다.

그런데 이 신문은 대기업시장에서도 IBM이 계속 우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덧붙임으로써 IBM측의 비위를 건드려 놓았다.

서버에 "OS/2" 대신 "윈도즈NT"를 장착하는 기업고객들이 늘고 있어
금년초까지 2대1이던 우위가 연말께에는 역전될 수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IBM측은 거스너회장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좌우간 OS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싸우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IBM 회장이 은연중 암시한 꼴이 됐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