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는 재떨이가 있는 승강기를 흔히 볼수 있다.

승강기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거의 없으나 재떨이를 설치해 두는
호텔이나 아파트는 허다하다.

소수의 권리도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의 표명인듯하다.

파리뿐 아니라 브뤼셀등 대부분의 유럽도시도 흡연자들에게 자비롭기는
마찬가지다.

공공장소는 말할것도 없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조차 눈살을
찌푸리는 미국에 비하면 유럽은 분명 끽연자의 천국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유럽에도 흡연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머리를 들면서 "흡연권
보장" 논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런던이 지난 87년의 지하철화재 이후 역내 흡연을 금지한데 이어 상당수
도시들이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규제하는 작업을 추진, 끽연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 수개월간 끌어온 유럽연합(EU)과 필립 모리스를 주축으로한
연초업계들간의 설전으로 혹서를 겪고 있는 유럽대륙이 한층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EU집행위는 지난 5월 신문이나 잡지등에 담배판촉 광고의 금지, 항공기내
금연등을 골자로 하는 흡연규제지침을 제정, 15개 회원국 정부를 대상으로
이의 관철을 위한 강력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대응 연초업계들은 이런 규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실업난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반발, 유럽 주요언론에 연일 전면 광고를 통해 반대
입장을 공론화시키고 있다.

말보로브랜드로 세계 연초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필립 모리스는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유럽등 유럽 주요언론에 낸 광고에서 "피타고라스
정의는 24자 10계명은 1백79자 미국 독립선언문은 3백자인데 반해 EU의
흡연규제 법안은 무려 2만4천9백42자로 돼있다"며 조크성 비난을 가한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기는 쉬우나 침해된 자유를 되찾기는 어려운 것이다"
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벨기에및 스페인등에서는 직장 근로자간에 흡연문제를 자율적
으로 조정, 성공적으로 타협점을 찾아내고 있다며 강제규제에 반대의 뜻을
강하게 표명했다.

이 회사는 또 유럽내 9천7백만명에 이르는 흡연자에 공급할 담배를 생산
하기 위해 1만7천명의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으며 연간 6백50억달러 상당
의 연초세를 내고 있다며 고용증진및 재정지원등 경제적 순기능도 부각
시키고 있다.

게다가 월스트리트저널 유럽지가 회원국 1천여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90%에 이르는 응답자들이 "유럽의 애연가들은 부당하게
차별을 받게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답해 모리스사 관계자들을 한층 고무
시키고 있다.

그러나 EU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EU집행위내 흡연규제업무를 담당하는 BASP의 캐서린 호위여사는 "담배업계
의 광고공세는 비흡연자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공존을 위해서는
타협은 불가피하다"고 지적, 업계측의 행위를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EU의 파드래그 플린집행위원도 "15개 회원국내에서 연간 1백만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중 3분의1은 흡연 때문"이라고 전제, "유럽은 흡연의
폐해를 오랫동안 간과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내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이 법안은 필요하다"며 상당수 국가들이
이에 호응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는 담배판촉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에
있으며 영국 노동당도 집권하면 담배광고 게재를 전면 금지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흡연자의 천국인 유럽도 이제 애연가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입장에
몰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만큼 애연가의 지지를 등에 업은 다국적 담배업체들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