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유러엔채(유럽에서 발행되는 엔화표시채권) 구입열풍이 불고 있다.

경기부진과 저금리시대의 영향으로 갈곳을 찾지 못한 돈들이 유러엔채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94년 한해동안 발행된 유러엔채는 약7조1천억엔에 이른다.

전년대비 40%이상 급증했고 90년의 3조3천억엔선에 비해서는 두배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 역시 유러엔채발행은 전년과 비슷한 페이스의 호조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비일본계기관들의 유러엔채발행이 붐을 이루고
있는 점이다.

비일본계기관들의 유러엔채발행은 지난해이후 전체발행실적의 80%이상에
달한다.

93년까지만 해도 이비율이 40%에도 미달했음을 감안하면 최근의 붐이
얼마나 거센 것인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러엔채붐의 직접적원인은 일본국내에 3개월간은 가져들어올 수없게 돼
있던 채권환류제한이 지난94년1월 외국정부발행물에 대해서는 폐지된
점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국내에서도 유러엔채를 살수 있게돼 채권발행이
활발해지고 있을 뿐아니라 물량소화도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만해도 지난5월말 이탈리아정부(발행액5천5백억엔)와 브라질정부
(8백억엔)가 6천3백억엔에 이르는 유러엔채를 동시발행했지만 일본투자가들
에게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이탈리아정부의 경우는 금년에 예정하고 있는 대외차입액의 절반을 이때
조달했다.

유러엔채의 구입에는 대형금융기관은 물론 농림계금융기관 신용금고 신용
조합등과 지방중소투자기관들까지도 적극 가세하고 있다.

대형보험회사인 제일생명의 경우는 지난93년 5백억엔정도에 그쳤던
유러엔채의 보유잔고가 올해말까지는 7천억-8천억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러엔채가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일본정부발행채권에 비해 이자가 높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정부가 발행한 10년채의 경우 연이율은 3.75%다.

최근 일본정부가 발행하는 10년채의 이율이 2.7%선까지 하락한 점을 감안
하면 1%포인트이상 높은 수준이다.

영업실적부진과 주가하락 부동산가하락등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기관
투자가들로서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또다른 메리트는 외국정부나 기업들이 발행한 것이기는 하지만 엔화표시
채권인만큼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피할 수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엔고국면에서 달러표시채권을 살때 느껴야 하는
불안을 피할 수있다는 이야기다.

발행기관측에서도 메리트는 대단히 크다.

우선 여유자금이 풍부한 일본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하는만큼 물량소화가
손쉽다.

또 국내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할때에 비해 이자부담도 훨씬 적다.

이탈리아정부의 경우 국내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할 때는 연10%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물량소화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면서도 초저금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임에 틀림없다.

유러엔채붐이 일면서 증권회사들도 인수업무를 맡기위해 비상이 걸렸다.

노무라증권은 유러엔채의 인수업무를 다루는 런던현지법인인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채권부문을 이달부터 도쿄본사의 직할하에 편입시켰다.

지난해 발족한 후지증권은 처음부터 본사가 해외거점의 인수업무를 총괄
하는 미국증권사형태의 운영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국내투자가의 수요에 대응, 기동력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개방이 보다 확대되면서 일본기업이 발행한 유러엔채를 제외한
모든 유러엔체의 환류제한이 철폐되기 때문이다.

유러엔채시장의 주무대가 유럽에서 일본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