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시장의 ''메인게이트'' 브뤼셀.

EU본부가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EU의 대외통상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중심지이다.

이 때문에 세계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모여든 로비스트들로
언제나 초만원이다.

브뤼셀의 로비현장과 실태, 그리고 한국의 대EU로비상황을 5회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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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반덤핑업무를 담당하는 브뤼셀 코텐베르크 100번지,
1백30여명의 담당관이 역외산제품에 대한 덤핑 수출여부를 심사하는 이곳의
로비는 정보를 얻거나 영향력행사를 위해 찾는 기업인과 변호사들의 발길로
언제나 분주하다.

한국과 중국등 반덤핑 규제에 빈번히 시달려온 아시아 기업인들은 단연
이곳의 "단골손님"이다.

인근 슈망거리에 있는 EU집행위와 이사회의 로비도 붐비기는 매한가지다.

유럽통합의 진전과 함께 각회원국의 고유권한에 속하던 영역이 점차 EU
위원회로 이전되면서 여기서 결정되는 규정 하나하나가 관련국 정부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난데 따른 결과이다.

실례로 지난 한해동안 EU위원회가 지급한 보조금 규모는 8백억달러.

이중 가난한 역내지역에 구조조정자금이란 명목으로 나가는 자금이
2백50억달러 상당에 이르니 보다 큰 파이를 얻어내기 위한 각국의 지방
정부간 로비전이 해마다 치열한 것은 당연하다.

반덤핑등 수입규제조치를 풀려는 역외기업의 입장과는 반대로 수입규제를
강화해 달라는 역내 산업단체 대표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자동차 전자 섬유 철강등 유럽 주요산업체의 협회는 대부분 브뤼셀에
사무소를 개설, EU에 영향력을 행사하느라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밖에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고용주연맹(UNICE)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 근로자단체(유럽노조총연맹,ETUC)에 소비자보호단체 환경보호
단체등까지 가세, 슈망거리는 조용한 날이 없다.

브뤼셀은 분명 로비스트들의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EU의 힘이 강해 질수록 그핵인 기업의 로비활동은 보다 적극적인
양상을 띤다.

최근 EU집행위가 독일및 프랑스 국영통신업체간 합작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처럼 역내기업을 합병하거나 합작투자를 할때는 물론 상품포장 폐기물
처리 공공조달 국가보조금지급등 기업활동의 거의 전분야에 걸쳐 EU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 EU와 줄을대지 않고서는 유럽내 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탈리아 피아트사는 유럽통합에 대비, 35년전부터 브뤼셀에
사무소를 개설했으며 인근 프랑스의 기업들도 앞다투어 이곳에 문을 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등 역외기업들도 EU에 접근을 시도하는 것도
주요 전략중 하나이다.

자연히 슈망거리나 인근 애비뉴투이즈거리에 진을치는 법률사무소는 해마다
증가, 지난해말 현재 1백80개를 넘어섰다.

아킨굼프 언스토&영등 다국적 컨설팅업체들도 이곳에 진출, 노련한 전직
EU관료들을 고용, 효율적인 로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관련업무도 항공 농업등 산업에서 부터 지적재산권 환경보호 관세등으로
세분화되는등 갈수록 대형화, 조직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89년부터 현지 영업을 시작한 아킨굼프의 경우 유럽 각회원국 출신인
27명의 변호사와 전직 EU관료들이 팀을 이루어 통상 기업세제 EU법제등
다양한 분야에 대산 자문을 해주고 있다.

워싱턴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브뤼셀에서도 톡톡히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로비스트들의 수는 해마다 급증,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산업(?)
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곳 로비스트들은 활동을 비공개적으로 전개, 현재 그수는 정확히 파악
되지 않고 있으나 자크 들로르 전EU위원장이 지난 92년말 3천여단체 1만명
정도(비공식집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90년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각국 중앙정부및 주정부대표 역외국 외교관등을 제외한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EU본부로비를 드나드는 수는 1만5천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지난해말 현재 EU의 브뤼셀 상주 직원수가 1만6천4백명 정도의 사실을
감안하면 대충 직원 1인당 1명꼴로 로비스트가 따라 붙는 셈이다.

상주인구의 30%가 외국인인 브뤼셀, 상업도시도 아닌 이곳에 한끼 1백
50달러(12만원)가 넘는 꼼쉐스와 빌라로렌 같은 초고급 레스토랑들이 연일
만원을 이루는데는 이들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브뤼셀은 이제 로비스트들의 각측장으로 변해 가면서 이대열에 끼지 못하는
기업은 유럽에서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지는 시대가 급속히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 브뤼셀=김영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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