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최근 신세대 가정의 가사분담 풍속의 하나가 직장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다름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것을 최우선하는 남성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
문제가 직장내에서의 새로운 알력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연장 근무를 기피하고 출장을 꺼리는 등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
90년대의 새로운 아버지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는
실정이다.

특히 직장내 여성 동료들의 경우,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보내는 경향이
강하다.

여성 동료들의 상당수는 이 신세대 아버지들이 직장분위기를 한층
"가정적"인 것으로 만드는 촉매역을 하고 있다는 듣기 좋은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성보다도 아이들을 더 챙기는 "위인"들이라는 못마땅한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이같은 신세대 남성들에 대한 여성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이들이
지나치게 가정적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여성들을 차별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실제로 이같은 신세대 직장남성들에 대한 다른 남성동료들의 태도는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을 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그러운 편이다.

웬만큼 잘못이 있어도 신세대 직장남성이 아이와 관련된 핑계를 대면
문제삼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여성들의 눈에는 비치고
있다.

예를 들어 중요한 회의에 몇 시간씩 늦은 남성이 "아이가 몹시 아파 병원에
데리고 갔다 오느라 그랬다"고 하면 그만인 경우가 허다하다는게 여성
직장인들의 주장이다.

직장여성들은 이러한 점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만일 여성이 같은 실수를 저질렀을 경우, 동료남성들이 그처럼 너그럽게
대했을 것인가 하고 여성들은 되묻는다.

모르긴 몰라도 동료 남성들은 "또"라는 접두어와 함께 다음 말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아직도 사회가 남성과 여성에 대해 이중기준을 적용하는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혼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직장을 가진 여성들이 아이를
돌보는 일에 남성들의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아이들 뒷바라지에 매달리는 신세대 남성
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이제 직장내 위화감을 없앤다는 차원에서도 신세대
아버지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입장에 처했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