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일본전신전화(NTT)를 소규모 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일본정부가 내년3월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으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정성의 뜻대로 분리작업이 이루어지면 NTT는 지난 85년 민영화 이후
최대의 개혁을 맞게 된다.

우정성은 통신위원회에 특별기구를 설치, 기본방향을 정하는등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우정성의 이런 움직임의 이면에는 일본의 비싼 통신료를 시정하라는
가입자들의 강력한 요구도 한몫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회사를 분리함으로써 경쟁요소가 NTT에 효과적으로 도입
되느냐의 여부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독점의 관점에서 통신관련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NTT
의 현재 영업형태에 관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NTT의 경쟁사들은 조기에
NTT를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NTT는 NTT가 해체될 경우 멀티미디어 산업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를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다.

고지마 마사시 NTT사장은 "일본의 통신업을 둘러싼 환경은 5년전과 비교해
완전히 변화했다.

당시는 전화분야와 국내경쟁만을 고려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 무선 텔레콤서비스 케이블TV팩시밀리서비스가 전통적인 전화
서비스를 대신하고 있다"면서 "일본 멀티미디어의 장래는 앞으로 NTT의
운영형태와 직결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고지마 사장은 미국이 AT&T사를 7개 지역회사로 분리해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주장, 통신업 개방의 중요성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정성의 평가는 다르다.

AT&T가 분리된 후 미국의 통신산업전반이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룬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위원회의 나스 쇼 위원장은 NTT 주주의 이익과 일본통신업의 향후
국제영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위원회는 5년전에는 NTT를 장거리회사 1개와 지역회사 여러개로 분리
해야 한다고 제의했었다.

당시 우정성은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대장성의 강력
한 반대로 NTT분리문제를 구체화시키지 못했다.

물론 NTT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있는 정치인들의 로비도 작용
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3개 전화회사가 장거리 서비스를 놓고 NTT와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NTT가 국내 서비스망을 독점하는 바람에 3개회사는 고객들에게
장거리 통화를 연결해 주려면 NTT의 지방망에 의존해야 한다.

어쨌든 3개 회사가 장거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장거리 통화료는 절반수준
으로 떨어졌지만 현재도 서유럽이나 미국 비하면 두배 혹은 그 이상 비싸다.

지난해 장거리 전화의 연결과 관련, NTT는 우정성의 명령을 받아들여 3개
전화회사에 도시회선을 열어주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NTT는 이러한 여건변화를 들어 새 통신망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어진 이상
NTT의 영업형태를 바꾸거나 분리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