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리먼 브라더스사의 최고경영자인 리처드 펄트(49)회장은 지난날 회사가
누렸던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을 계기로 70년대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리먼 브라더스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는등 온갖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지난 5월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그늘"을 벗어난지 1년.

펄트회장은 리먼 브라더스가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은 독립 증권회사로
성장할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왔다.

그는 올들어서만도 지금까지 1억8,200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지출을 줄였으며
지난해초부터 1,000명에 달하는 인력을 정리해 종업원수를 8,000명수준으로
줄이는등 회사의 체질을 바꿔 대외적인 이미지를 개선했다.

이같은 그의 노력은 외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리먼 브라더스의 주가는 올초
14달러수준이었으나 현재는 20달러대로 뛰었다.

펄트회장이 실행하고 있는 회사재건 전략의 핵심은 각 부서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지원하는 동시에 개별 부서의 역량이 조화될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지난해 7월 리먼 브라더스를 상장시키고 나서 자사 주식의
25~30%가량을 팀장격인 매니징 디렉터들에게 분배, 이들이 조직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회사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식이었다.

이는 "증권관계 사업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이 중요하다"는 그의
지론과도 맞아 떨어지는 전략이었으며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에 따라 리먼 브라더스는 지난해 미증시의 불황에도 불구, 1억달러의
순익을 올릴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순익규모는 크지 않으나 미국내 5대 증권업체 가운데 5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낸 곳이 2개사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라 할수 있다.

펄트 회장의 전략이 탄생하게된 배경은 어쩌면 리먼 브라더스사의 전력에서
찾아볼수 있을듯 하다.

리먼 브라더스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기에 70년대 미증권계에서 막강한
실력을 발휘하던 독립부대였던 이회사가 80년대들어 내부 불화로 자멸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으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먼 브라더스는 84년 기업고객을 확보해 주식을 발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들 주식을 유통시키는 부서간의 알력으로 쇠잔해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회사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됐으며 이때
부터 리먼 브라더스는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리먼 브라더스는 이후 몇번이나 이름이 바뀌고 경영공백 상태를 맞는
홍역을 치렀다.

이기간중의 경영위기도 심각한 양상이었다.

90년부터 93년까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펄트사장과 기업매수합병
(M&A)계의 거물인 토밀슨 힐이 공동으로 리먼 브라더스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도록 했으며 93년 쉬어슨을 트래블러사에 매각한 뒤에는 몇개월동안이나
최고경영자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놓기도 했다.

이같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지난해초 펄트를 최고경영자로 맞은 리먼
브라더스는 재도약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물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의 지난 10년간의 "동거"후유증 극복이 걸림돌
이기는 하나 이도 큰문제는 아닌것 같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