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큰 시련기를 맞고 있다. 회복조짐을 보이던 경기는 다시 꺾일
수밖에 없다"(도요타 쇼이치로 경단련회장)

"현재의 환율수준이 계속된다면 일본경제는 죽음을 맞게될 것이다"
(세키모토 다다히로 NEC회장)

최근들어 일본이 가장 곤란해하고 있는 문제는 역시 초엔고현상이다.

엔화는 한때 달러당 70엔대를 넘보기도하는등 지난해말에 비해 20%가량이나
상승해 있다.

최근 발표된 3월말결산기업의 영업실적은 기업경영이 엔고의 직격탄을 맞고
있음을 선명히 보여준다.

매출액은 0.5%가 줄었고 경상이익도 8.1% 증가에 그쳤다.

상장기업의 이익증가는 5년만에 이뤄진 일이다.

그러나 이는 경기회복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해고등 경비절감노력의 결과다.

매출액의 제자리걸음이 이를 입증한다.

기업경영은 다소 호전됐지만 경제전체가 호전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경단련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는 수출관련기업들이 채산을 맞출 수있는
환율은 달러당 1백3엔이었고 경제기획청의 조사에서는 더욱 높은 달러당
1백7엔을 나타냈다.

이같은 결과는 일본기업들이 앞으로 더욱 큰 곤란을 겪을 것임을 보여준다.

최근의 급격한 엔고가 경영을 더욱 압박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올3월결산에서는 5년만에 이익규모가 증가했지만 내년
3월결산에서는 이익이 다시 36%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것도 달러당 90엔을 전제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상장기업들도 경비절감에 힘입어 내년에는 이익증가율이 13%정도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매출액은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역시 90엔안팎의 환율수준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달러당 80엔선이 정착된다면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대조적으로 미국기업들은 달러저를 배경으로 호황을 계속하고 있다.

IBM의 순이익은 1.4분기중 전년동기의 3.2배 GM은 2.5배 이스트만 코닥은
3.2배에 이르렀다.

통화가 강하다는 사실은 경제력이 그만큼 강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업계에 따르면 엔이 달러당 79엔선을 기록하면 일본의 실질GDP가 미국
을 추월한다.

그러나 최근의 엔고는 경제력을 반영한 것만은 아니라는데 일본의 고민이
있다.

일본의 경우 달러화로 표시된 국민소득은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국민들의 생활은 미국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레스터 서로MIT대교수는 "구매력을 기준으로 하면 달러당 2백~2백25엔정도
가 적당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엔화가 상승가도를 줄달음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거대한
무역흑자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흑자는 1천4백50억달러를 기록했다.

절대규모자체가 클뿐아니라 93년에 비해 1.4%가 다시 늘어났다.

일본의 수출은 자본재가 60%가량에 이른다.

자본재는 수입대체가 어려운만큼 일본의 무역흑자문제도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일본과 해외의 자본거래를 나타내는 장기자본수지는 지난해 1천2백억달러의
출초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자금환류도 엔고를 저지하는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의 절반가량이 환차손을 우려 엔채권을 사들이는데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자합의후의 엔고국면에서 장기자본수지의 출초액이 연간 1천4백억달러
를 넘었지만 미국채 매입등을 통해 엔고를 저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버블(거품)은 반드시 후유증을 낳는다.

일본경제가 최근 장기간에 걸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지난 80년대말
부동산 주가등을 비롯 경제전체의 거품이 지나치게 컸던 점이 중요한 원인
이다.

지금 일본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통화버블이다.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통화버블은 막대한 무역흑자가 계속되는한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일본경제가 앞으로도 큰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 도쿄=이봉후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