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증시가 수렁속을 헤매고 있다.

주가가 바닥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아니라 증권사들의 수지도
악화일로다.

증시불황의 영향으로 일반기업이나 금융기관들역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증시불황이 경제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 동경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1만6천엔선마저 깨졌다.

4만엔대까지 넘보던 89년말의 전성기에 비해서는 60%가까이나 하락해 있다.

지난해 하루평균거래량역시 3천2백만주로 전년보다 다시 20%가 줄었다.

버블경제의 붕괴와 함께 시작된 하락국면이 5년이상 이어지고 있다.

증시의 불황에 따른 영향은 대단히 심각하다.

개인투자자들이 입고 있는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증시를 떠받치는
증권사들의 수지가 말이 아니다.

상장25개업체중 지난3월말결산에서 흑자를 낸 곳은 노무라증권과 중형사인
고세증권 단 2개사뿐이다.

나머지는 수십억엔에서 수백억엔까지의 적자를 면치못했다.

1백억엔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곳이 산요 닛코 다이와등 10개사에 달하고
야마이치의 경우는 적자폭이 5백억엔선을 넘어섰다.

총적자액이 3천억엔에 이른다.

산요 야마다네 나쇼날등 3개사는 잉여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법정준비금
까지 까먹고 있다.

흑자를 낸 노무라도 금액은 67억엔에 머물러 전년의 5백6억엔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경비절감에 총력을 기울여온 업계의 노력도 증시불황을 이기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지난 3월말현재 증권사점포수는 2천8백52개로 가장 많았던 92년1월보다
4백46개(13.5%)가 감소했고 종업원수도 12만3천명으로 피크때보다 30%가까이
줄인 상태다.

일반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어려움도 심각하다.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는 커녕 보유주식의 평가손만 늘어가고 있다.

지난89년 8조5천억엔에 달했던 자금조달실적은 91년이후 연1조엔선도
밑도는 실정이다.

주식평가익을 재원으로한 리스트럭처링(사업재편)이나 부실채권상각이
불가능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증권업계의 기업분석가들은 주가하락의 영향으로 지난3월말결산에서 상장
회사들의 경상이익규모가 평균 2%는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최대악재는 역시 불황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부진
이다.

거기다 최근의 급격한 엔고가 증시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이 한층 핍박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연구기관들은 엔이 달러당 85엔이상을 나타낸다면 기업실적이 전년
수준을 유지키도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실적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올라갈 리는 만무하다.

외국기업들도 동경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주식매입을 겨냥한 투자자금이 줄어든 것은 물론 이미 상장됐던 기업들마저
철수하고 있다.

현재 동경증시외국부에 상장된 기업은 86개사에 그치고 있다.

지난91년 한때 1백27개사를 기록했던데 비해 41개사가 줄었다.

이스트만 코닥 굿이어등 유명기업들이 잇달아 동경증시를 등졌다.

더구나 동경증권거래소 국제부관계자는 "내달에도 5개사가 더 철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규상장신청의 발걸음이 끊어진 지는 이미 오래다.

상장유지비용만 비쌌지 자금조달등의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증시가 침체상황을 벗어날 희망이 좀처럼 보이지 않자 증권업계는 하루평균
3천억엔의 거래대금에도 수지를 맞출 수있도록 추가적 인원삭감등 허리띠를
더욱 졸라가고 있다.

그러나 4월이후의 하루평균주식거래대금은 이를 훨씬 밑도는 2천1백억엔선
에 머물러 증권사들의 존립기반자체마저 위협하고 있다.

"경제라는 것은 실타래처럼 얽히기 마련이다. 경기가 나쁘면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주가도 떨어진다. 실적이 악화된 기업은 적자보전이나 자금마련을
위해 주식을 내다팔아 주가를 더욱 떨어뜨린다"

이원 쌍용증권도쿄지점장의 지적처럼 동경증시는 어려운 일본경제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