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무부가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다.

미하원은 오는 2002년까지 재정수지를 흑자로 돌린다는 목표아래 내년도의
균형예산안을 최근 승인하면서 예산절감을 위해 정부부서중 상무부 교육부
에너지부 주택도시개발부등 4개부서를 폐지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중에서도 상무부를 제1차 정리대상으로 선정, 바람앞의 등불신세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의회의 이같은 움직임은 상무부업무가 다른 부서와 많이 중복되고 별볼일
없는 일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전 로버트 돌 공화당상원 원내총무가 "상무부는 지난 1903년 발족된 후
연방관료체제의 최하부,즉 잊혀진 불량 계획들의 저장소가 됐다"고 한 발언
에서 알수있듯이 의회는 상무부를 대표적인 예산낭비부서로 보고 있다.

의회는 상무부가 다른 정부부서및 기구들과 업무가 중복되는 1백개
프로그램에 연간 40억달러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문에 상무부의 조직들을 다른 부서로 이관하거나 폐지하면 앞으로
5년간 총 80억달러의 정부예산을 줄일수 있다는 계산이다.

상무부폐지안은 관광국과 전기통신정보국을 없애고 산업기술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세조사국은 재무부로,해양대기국은 내무부와 농무부로 분할.이관된다.

그리고 상무부의 핵심이랄수 있는 국제무역국은 미무역대표부(USTR)로
흡수통합된다.

이같은 의회의 계획에 대해 상무부측의 반응은 당연히 "절대 NO"다.

상무부폐지 특별위원단장인 딕 크라이슬러 하원의원이 4개 정부부처폐지
대상중 1순위로 상무부가 선정됐다는 사실을 공표한 지난 23일,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총회참석차 파리에 있던 론 브라운상무장관은 부리나케
워싱턴으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이 전화통화에서 "상무무폐지는 국제무역전쟁터에서 미국을 무장해제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의회를 강력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수출경쟁력이 떨어져 무역적자가 쌓이면 이는 전적으로 의회
책임이라고 몰아부쳤다.

제프리 가튼상무차관도 상무부폐지는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미수출확대정책의 사령탑으로서 상무부는 수많은 일들을 해왔다고 강조
하면서 이같은 부서를 없애겠다는 발상은 "무지의 소치"라고까지 말했다.

상무부가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된 시발점은 작년말의 의회선거였다.

선거에서 상하양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선거공약인 "미국과의 계약"의
실천에 나섰다.

이 계약의 핵심이 재정적자축소였고 이를 위해 공화당의원들은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균형예산안을 지난달 내놓았다.

두안에는 상무부폐지내용이 모두 들어있고 이중 하원안이 이달초 하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하원안의 골자는 앞으로 7년간 정부예산을 1조4천억달러 줄여 2002년에는
최소한 재정수지균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재정적자는 연간 2천억달러를 웃돌면서 누계가 거의 5조달러나
된다.

이는 미국내총생산(GDP)의 85%에 달하고 연간 정부예산(올해 경우 약 1조
5천억달러)의 3배가 넘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상무부의 폐지여부는 올 연말쯤이면 결론이 난다.

이때까지는 상하 양원이 각각의 균형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상하양원합동안을
내놓게 된다.

지난 수년간 의회내에서 대대적인 재정적자감축시도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대립으로 결실을 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하양원에서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예산
균형안을 발의, 입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9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상무부는 역사의 뒷켠으로 사라지고
만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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