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협상, 최혜국대우(MFN)연장, 지재권분쟁등 일촉즉발의 무역분쟁 고비를
넘어온 미중 두나라 관계가 또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의 이등휘대만총통 방미계획 허용을 계기로 미중 양국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지난 22일 이총통의 방미계획을 허용했다.

대만총통의 방미허용은 미국이 중국을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지난 79년이래 처음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이총통의 방미를 허용키로한 것은 의회내의 친대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미상원 외교위원회는 최근 국무부수권법안을 심의하면서 "대만총통의
방미를 허용하고 국가수반으로서 적절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결의안을
79대1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키는등 행정부에 압력을 가해왔다.

미행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이총통의 방미허용은 미.대만 외교관계의
전면적인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총통은 어디까지나 다음달 8일부터 나흘간 모교인 코넬대 동문행사에
참석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외교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중국내 인권개선, 최근의 핵무기실험에 대한 항의 그리고 대이란 원자로
제공계획 포기유도등 양국간 외교전에서의 주도권을 확고히 거머쥐기 위해
내민 카드란 분석이다.

대만과의 경제관계를 크게 확대하고 사양산업인 국내 군수업체들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측면지원키 위한 결정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정부는 대만 최고지도자의 방미가 결코 사적인 일로치부될수는 없다는
시각은 갖고 있다.

이총통의 방미허용은 미국이 대만을 정치적으로 승인한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등소평사망이후를 대비한 권력기반 공고화에 힘을 쏟고 있는 현지도층
으로서는 정치적 타격이 아닐수 없다.

더구나 다음달 6일 천안문사태 6주년을 앞두고 중국정부는 초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때문에 중국정부의 대응강도는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전기침 외교부장은 23일 스태플턴 로이 주중미국대사를 중국외교부로 불러
"이총통 방미허용은 미중상호협력협정을 물론 중국의 주권 마저 침해하는
행위"라며 이의 철회를 강력 요구했다.

전부장은 또 "이총통 방미허용은 명분이나 형식을 불문하고 2개의 중국을
유지, 대치시키려는 미국정부의 교활한 의도가 담겨 있다"며 "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부담해야할 것"이라고 주장
했다.

중국정부는 이와함께 방미중인 우진무 중국인민해방군 공군사령원(사령관)
을 일정을 앞당겨 돌연 귀국시킴으로써 미국측에 강력한 항의의사를 전달
했다.

중국은 또 미국이 이총통의 방미허용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경제분야는
물론 북한핵문제및 핵확산금지협정(NPT)등 미국의 국익에 치명타를 가할수
있는 외교정책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보복조치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이총통 방미허용은 미중정치관계및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중.대만관계 그리고 북한핵문제해결에도 적잖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전망
된다.

대만측은 이총통 방미가 중국에 대한 외교적 승리라고 자축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오는 7월로 예정된 중.대만 최고위급회담이 결렬되는등 대중
관계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통상 통항 통우등에관한 "3불통"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고
경제협력확대를 꾀하는등 유연한 자세를 보여왔다.

이와함께 중국이 미국에 대한 항의표시로 핵에 관한 북한입장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나설 경우 동북아지역 정세의 경색국면이 장기화돼 한반도 안보
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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