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까지 7년간 미국 예산의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한 미공화당의 균형
예산안이 18일 하원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상원도 균형예산안에 관한 토론을 거쳐 25일께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마침내 미의회에서 거대한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연간 2천억~3천억달러에 달한다.

미정부는 그동안 부족한 자금을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충당해 왔으며 이
국채는 주로 외국 중앙은행들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사들였다.

세계제일의 부국인 미국이 외국에서 돈을 빌어 후손들에게 상환 부담을
떠넘기면서 살림을 꾸려온 셈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재정정책은 한계에 달했다.

"자본전쟁"이 예상되는 90년대 후반부터는 외국돈을 빌어쓰기가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개도국들의 고성장으로 세계적으로 자금수요가 급증하면 미국 몫은 그만큼
준다.

게다가 세계최대의 자본수출국인 일본이 거품경제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자본수출을 줄이고 있고 특히 환차손을 우려, 미국에 돈 빌려주길 꺼리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는한 달러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그만큼 자본유입도 줄어 미국인들은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만 필요한 돈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 금리가 오르면 세계적으로 고금리가 확산돼 경기가 위축됨은
물론이다.

18일 미하원에서 가결된 공화당 균형예산안의 골자는 7년간 정부지출을
1조4천억달러 감축함으로써 2002년에 예산균형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 안에는 7년간 3천5백억달러의 감세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자는 판에 세금을 대폭 깍아주려면 대대적인 지출삭감이
불가피하다.

하원 공화당안은 정부기구 축소, 대외원조 감축, 복지혜택 삭감 등에서
어느 균형예산안보다 과감하다.

이 안에는 <>2002년까지 구소련과 동구권에 대한 자금지원 종결 <>대외
직접원조 2백90억달러와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1백20억달러 삭감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출연금 동결 <>상무부 에너지부 교육부 폐지 <>노인
의료지원 2천8백30억달러, 빈민층 의료지원 1천8백억달러 삭감 등이 포함돼
있다.

하원과는 별도로 상원도 18일 균형예산안에 관한 토론을 시작했다.

최근 상원 예산위원회를 통과한 공화당안은 2002년까지 정부지출을 9천6백
10억달러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엔 의료지원 교육지원 등을 대폭 줄이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런데도 지출삭감액이 1조달러에도 미치지 않는 것은 하원 공화당안과는
달리 감세를 병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 그램 등 일부 공화당의원들은 3천1백20억달러에 달하는 감세를
동시에 추진하는 내용의 균형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다.

상원 민주당은 클린턴대통령의 균형예산안을 일부 수정한 두세개의 대안을
검토중이다.

상원은 여러 안을 놓고 토론을 벌인뒤 다음주중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상원안이 마련되면 미의회는 조정을 거쳐 의회안을 클린턴대통령에게
제출하게 되며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나서 세입.세출을 조정하고 관련법령을
개정하게 된다.

따라서 하원 균형예산안 통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실효성 있는 균형예산안을 도출할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정부지출을 대폭 줄인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분담"을 의미한다.

풍요로운 생활에 익숙한 미국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요청을 받아
들일지, 정치인들이 이들을 제대로 설득할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내년말 대통령선거가 임박함에 따라 균형예산안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더이상 재정적자를 덮어둘수 없게 됐다.

미국인들이 씀씀이를 줄이지 않으면 그들의 후손이 고통을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딕 아미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균형예산안이 가결된 직후 "이제 후손들의
돈을 당겨쓰는 행위를 중단할 때가 됐다", "큰 정부를 유지하면서도 적자를
줄일수 있다고 허황된 약속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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