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전후의 고급인력이 하는일없이 집에서 소일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불행이다.

90년대초 불황기에 일본 산업계는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희망퇴직 등을 통해 고령인력을 대폭 줄였다.

그러나 산업전반의 추세와 달리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리스회사인 오릭스는 지난해 8월 중년이나 고령의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영업담당 계약사원(영업추진역) 200명을 공개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고령자들의 경험 인맥과 전문지식을 활용하면 영업이 활성화함은 물론
종래 개척하지 못한 틈새시장까지 개척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원자는 무려 1,500여명에 달했다.

일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나이에 자의로든 타의로든 회사를 그만둔
중.고령자들의 노동의욕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오릭스는 일단 70명을 채용했다.

지난해 4월 대형 식품회사를 그만둔 와타나베(63)씨의 경우 오릭스에
계약사원으로 입사, 포장기계 리스업무를 맡았다.

그는 오랫동안 식품 영업에서 축적한 경험과 식품.포장재에 관한 탁월한
지식을 바탕으로 식품업계와 기계업계를 잘 연결해주고 있다.

쓰루가은행 지점장 출신인 계약사원 기류 마사지(56)씨는 지점장 시절의
거래선을 돌아다니며 기계를 빌려쓸 중소기업들을 찾고 있다.

오릭스에서는 금융상품도 취급하고 있어 키류씨는 7개월 동안 1억엔의
실적을 올렸다.

홋카이도(북해도)에 사는 A씨(48)는 신용금고회사를 퇴사한뒤 지난해
오릭스에 계약사원으로 입사했다.

그가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자 회사에서는 아예 젊은 영업사원 한명을
A씨의 집에 상주시키고 있다.

오릭스는 계약사원들에게 일정액의 고정급에다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
한다.

이들의 연봉은 보너스를 포함, 500만엔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오릭스의 미야우치 요시히코사장은 아직 성과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령의 계약사원 채용 바람은 서서히 일본 리스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2위의 리스회사인 일본리스도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을 통해
계약사원을 연고채용키로 했다.

오릭스처럼 계약사원을 공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자동차업계에서도 계약사원을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