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일무역제재발표에도 불구, 국제외환시장은 달러화가치가 오르고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이변을 연출했다.

캔터미무역대표부 대표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수일내에
대일무역제재리스트를 공표한다는 클린턴 미대통령이 결정을 발표한 10일
뉴욕시장에서 달러는 전날의 83.45엔에서 83.91엔으로 올랐다.

이어 11일 도쿄시장에서도 달러는 강세를 지속, 83.83엔에서 개장가를
형성한후 오후 3시현재 83.85엔을 기록했다.

이로써 전날폐장가(83.14엔)보다 0.71엔이 올랐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이날 달러가치는 떨어져야만 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일무역보복조치가 공식 발표되는 즉시 지난
2주일동안 83~84엔대에서 움직이던 달러가 81엔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었다.

일부 극단적인 전문가들은 달러가 곧장 80엔대밑으로 대폭락, 전후최저
기록인 79.75엔(4월 19일)을 깰 것으로 보았다.

외환시장이 미국의 대일제재발표를 "클린턴행정부가 앞으로 달러가 더
떨어지도록(엔이 더 오르도록) 외환시장을 방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시각에서였다.

"대일제재=엔고압력강화"라는 등식으로 보았던 것이다.

반면에 미국의 대일제재조치가 발표되고 이에 맞서 일본이 대응보복조치를
내놓더라도 달러가치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자동차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강력한 대일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하나의 기정사실로 이미 그동안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생각
에서였다.

하지만 이는 극히 소수의견이었다.

외환거래업자들은 달러가 이처럼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를 단기및 장기의 두가지관점에서 설명한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대일무역제재로 일본상품의 미국수출이 즉각 감소,
미국의 대일무역적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달러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결국에는 일본이 양보, 시장개방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대일수출이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달러강세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달러가 앞으로도 이같은 강보합세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미국이 최종보복리스트를 발표하고 양국이 상대방을 실제로 WTO에 제소하게
되면 사정이 달라질수 있다.

양국이 기존입장을 고수, 무역전쟁발발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달러폭락이
재현될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