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말 멕시코 외환위기를 계기로 촉발된 국제통화체제의 불안은 달러화
하락및 마르크화와 엔화의 평가절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엔고현상은 지난해말 달러당 100엔선에서 지난 4월19일에는 한때
79.75엔을 기록하는 등 날이 갈수록 가속화됐다.

이같은 ''슈퍼 엔고현상''은 현재 84엔대를 오르내리며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언제 재연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남아 있다.

국제통화체제 불안의 요인과 국제통화체제의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해 본사
신영섭 논설위원의 진단을 3회로 나눠 싣는다.

< 편집자 >
=======================================================================


일반적으로 균형환율이란 대내적으로 완전 고용하에서 적정성장을 유지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적정통화가치를 반영함으로써 국제수지균형을 유지해
주는 환율을 말한다.

그러나 각국의 경제여건이 다르고 외생적인 충격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특정시점에 특정국가의 균형환율을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대내균형과 대외균형사이에서 일시균형
을 찾는 동태적인 탐색과정이 불가피하다.

환율결정이론에는 구매력평가설 외환수급설 시장심리설 등이 있는데 각
이론에서는 각국의 생산성 격차를 포함한 물가수준, 국제수지상황 또는
대외포지션, 각국 통화에 대한 신인도 등이 주요요인으로 꼽힌다.

구매력평가기준으로 보면 엔은 이미 엄청나게 고평가되어 있지만 그에비해
국제수지균형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직도 더 절상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근본조건(fundamentals)을 강조하는 구매력평가설도
타당성이 없지 않으나 외환거래에서 상품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지고
석유파동이후 원가압박형 물가상승이 일반화됨에 따라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국제수지나 대외포지션도 환율변동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나 미국과
일본간의 무역불균형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서 알수 있듯이 외환
수급설 역시 환율변동을 잘 설명해 주지 못한다.

7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금융규제완화를 계기로 많은 파생금융상품이 등장
하고 자본이득을 노리는 외환거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자 단기적인
환율변동을 설명하는데 있어 시장심리설이 유력해졌다.

80년대 후반부터 활동이 활발해진 헤지펀드가 파생상품거래를 통해 90년대
이후 세계외환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이나 외환딜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은 고베지진이나 베어링은행 파산과 같은 돌발변수, 미국 균형예산법
의 의회통과 실패를 비롯한 정치변수, 멕시코 외환위기와 같은 구조적인
변수 등 수없이 많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변수들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
은 신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결국 환율변동은 중장기적으로는 구매력평가설과 외환수급설이, 단기적
으로는 시장심리설이 복합적으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델-플레밍 가설에 따르면 대내균형과 대외균형을 조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고정환율제에서는 재정정책, 변동환율제에서는 금융정책이 보다
효과적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직성 지출의 비중이 큰데다 정치적인 파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지출 조정은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변동환율제에서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금리조정이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수 있다.

금리조정의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미국의 금리인상과 독일과 일본의 금리
인하가 동시에 실시돼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경기침체를, 독일은 국내물가 자극을 겁내 금리조정을
꺼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금리가 이미 사상 최저수준이어서 더이상 금리를 낮추면 통화
증발로 인해 거품경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본으로서는 무역흑자 축소가 엔고를 진정시키기 위한 최대과제
이다.

브레튼우즈 특별위원회는 94년7월 IMF 창설 50주년을 맞아 국제통화체제
안정방안의 하나로 달러/엔/마르크의 시장환율이 기준환율의 일정범위안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제도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확한 균형환율을 알수 없기에 기준환율을 결정하기가 어려운데다 파생
상품거래를 통해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민간금융기관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엔/마르크의 시장환율이 일정범위내에서 움직이도록 하려다 보면
미국 일본 독일의 경제정책 선택이 제약을 받는 것도 문제이다.

현재로서는 미일무역협상의 타결과 선진국들의 협조개입이 엔고를 진정
시킬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비록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시장개입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은 수백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선진국들의 합의와 협조개입은 외환시장에 중요한 신호를
전함으로써 장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0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