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식음료회사 산토리는 80년대까지만 해도 "문화의 산토리"라는
말을 들었다.

한때 예술성 높은 광고를 내며 고급스런 기업이미지를 뽐내기도
했고 문화재단을 설립,문인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급스럽기만 하던 산토리가 이제는 "평범한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경영혁신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물류비.간접비를
줄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가제품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산토리가 이처럼 변신에 힘쓰고 있는 것은 경영환경이 악화돼 경쟁우위와
효율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산토리는 8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매출액이익률이 5%를 상회,수익성
높고 전망이 좋은 회사로 꼽혔다.

그러나 80년대 중반께 두차례의 주세 인상이후 주류 소비가 급감,매출액
이익률이 3%를 밑돌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엔고에 편승,해외에서 값싼 주류 수입이 늘어 고전하고 있다.

산토리를 변신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인물은 90년3월 취임한 도리이
신이치로사장.

창업자의 아들인 그는 경영환경이 변해 종래의 방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고 판단,92년 "전사혁신운동"을 시작했다.

도리이 사장은 우선 판촉비를 삭감했다.

통상 주류업계의 영업사원들은 저녁시간에 영업중인 음식점이나 술집에
손님처럼 들어가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판촉활동을 벌인다.

그러다보니 판촉비가 많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92년부터 산토리의 판촉전략은 "황혼작전" "오후작전"으로
바뀌었다.

술집이 영업을 개시하기 이전에 방문,판촉활동을 벌이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94년에는 판촉비를 전년대비 15.7%나 줄였다.

산토리는 재고 감축에도 나섰다.

물류사업부에서 월단위와 주단위로 수요를 예측해 판매 생산 구매부서
등에 전함으로써 재고를 줄여나간 것이다.

이에 힘입어 94년에는 재고자산회전일수가 126.9일을 기록,전년보다
6.5일 단축됐다.

6년만에 재고자산회전율이 개선됐다.

도리이 사장은 야구에 비유하자면 철저히 데이터를 중시하는 합리주의적인
감독이다. 그의 경영모토는 "위에서 듣지 않고 시장에서 듣는다"이다.

그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파악해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근무일수의 2할 가량을 지점이나 공장 거래선 등을 다니며
정보를 수집한다.

산토리의 "데이터 중시형 마케팅전략"은 상품개발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커피 "보스"이다.

이 상품은 산토리가 판매부진으로 생산을 중단한 "웨스트"를 대체하기
위해 커피 애호가 2만명을 상대로 맛과 이름 포장 등에 관해 조사한뒤
개발해낸 것으로 순식간에 히트상품이 됐다.

최근 산토리는 획기적인 신상품을 시판,수요를 개발하는 소니 방식의
상품전략 대신 기존 수요층을 공략하는 마쓰시타 방식의 전략을 구사
하고 있다.

이와 관련,광고.홍보부에 컴퓨터시스템을 설치해 자사의 상품별 판매.
재고현황을 수시로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특정 광고가 상품 판매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직접 확인하고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시정토록 하기 위해서이다.

산토리는 지난 3년남짓 이같은 경영혁신운동을 벌인 결과 이제는
결실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도리이 사장은 "올해는 4년만에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증가할 것
같다"고 말한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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