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하면 곧 열대정글을 떠올리게 된다.

또 철두철미한 환경론자라면 개발위협에 처한 지구 산소공급원을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정글속에 각종 전자제품이 생산되는 자유무역기지가 30년전쯤
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등 브자질 중심지에서 3,000km 가량 떨어져 있는
서부 아마존 마나우스지역의 니그로강변을 중심으로 67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이 자유무역지대에는 샤프 필립스 질레트등 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기업들의 공장이 가동중이다.

브라질이 4년전 시장개방을 시작한 여파로 이지역의 가치가 다소 떨어지고
"메이드 인 아마존"이란 글씨가 찍혀있는 제품의 전체 판매액도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지난해말을 기점으로 현지 공장들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따라 이 지역 입주업체들에 고용된 종업원들도 5만명으로 늘어나
전성기때의 모습에 근접해가는 양상이다.

절정기였던 지난 90년 마나우스지역에 입주한 기업들의 연간 총매출은
84억달러였으며 고용 인원만해도 8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브라질이 91년 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경기가 밀어닥치면서 92년 입주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의 판매액은
연간 45억달러로 줄었다.

마나우스지역을 강타한 브라질의 시장개방 정책이 후퇴한 것은 아니지만
이지역 경기는 최근 TV산업의 활황에 힘입어 회생되고 있다.

현지 관리당국은 TV제품의 생산량이 현재 이지역 매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할 만큼 늘어남에 따라 입주기업 전체매출도 올해 20~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을 한 차원 더 끌어올려 수출
기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현재 302개에 달하는 입주업체중 ISO(국제표준화기구)9000 인증을 따낸
업체가 30개사인데 나머지 회사들중 92개사도 이 인증획득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어 이같은 계획이 착실히 추진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지대로서의 마나우스의 생명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카르도소 브라질대통령이 최근 마나우스의 "생명선"인 관세혜택을 오는
2013년까지만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마나우스 관리당국도 마나우스를
점차 관광지로 탈바꿈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