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면 독일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지역의 상가
주차장은 독일 번호판을 단 차들로 만원을 이룬다.

스트라스부르뿐 아니라 독일과 인접한 프랑스및 체코지역의 백화점들도
주말마다 독일고객을 맞느라 분주하다.

상점들이 토요일 오후가 되면 일찌감치 문을 닫기때문에 독일인들에게
주말 "<><>쇼핑"은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

게다가 마르크화의 강세로 프랑스지역의 물건값이 상대적으로 싸진 요즘
이들 지역은 독일쇼핑객들로 한층 북적되는 실정이다.

국경지역에 사는 독일국민들은 "국경없는 유럽"의 헤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독일상가의 입장은 정반대다.

독인들은 주말이면 해외쇼핑을 하고 관광객들도 마르크화가 강세인 이곳
에서 물건을 사길 꺼리니 점포주들은 울상이 될수밖에 없다.

지난해 독일 소매상들의 매출액은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2%
감소했다.

금년초 매상도 전년동기비 1% 정도 늘어난 정도이다.

엄격한 영업규제를 완화, 개점시간을 연장해 달라는 독일 점포주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토요일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해 주말대목을 놓치니 정부의 과잉규제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수 밖에 없다.

"근로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것은 유럽의 일반적인
양상이나 독일정부의 규제는 지나치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프랑스나 영국등 다른 인근국가에 비하면 독일과 네덜란드등 일부
국가들의 영업규제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영국의 경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은 물론 토요일에도 영업시간의
제한은 없다.

일요일에도 백화점들은 6시간동안 영업이 가능하다.

이보다 다소 규정이 엄격한 프랑스도 토요일까지는 영업규제가 없다.

다만 일요일에는 식품점을 제외한 백화점등 여타 영업점들의 개점을 금지
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평일에도 목요일만이 저녁 8시30분까지 영업이 가능할뿐 다른
요일은 오후 6시30분이면 점포문을 닫아야 한다.

퇴근쇼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주말은 보다 엄격하다.

일요일은 구멍가게든 백화점으든 영업을 할수가 없다.

토요일도 여름과 겨울의 일부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후 2시가 폐점시간이다.

점포주뿐 아니라 독일 소비자들도 영업시간이 짧은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주요요인
으로 대인관계 자녀교육 상관과의 관계 다음으로 쇼핑을 꼽았다.

토요일 아침 일찍 물건을 사야만 한다는게 그만큼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독일정부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 용역을 맡은 연구기간의 조사결과가
나오는 오는 하반기중 영업규제를 완화하는 새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근무시간 연장으로 근로조건을 악화시킨다"는 조조의 반대입장을
감안, 주당 68.5시간으로 규정된 영업시간내 점포들이 자율적으로 개점시간
을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일 오후6시 토요일 5시 일요일 휴점"등 독일과 상황이 비슷한 네덜란드
도 최근 추진중인 행정규제 완화책으로 점포 영업시간 자율화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주당 58시간으로 규정된 영업가능 시간을 78시간으로 확대 이점포가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독일과 네덜란드가 영업시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국가들은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현재 상가에 적용해온 영업규제를 또다시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점포의 영업시간 연장을 둘러싼 국가간 경쟁이 유럽전역에 확산될
분위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