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박영배특파원 ]오락업계의 재벌 커크 커코리안이 리 아이아코카와
손잡고 미국의 3대 자동차메이커인 크라이슬러를 사버리겠다고 선언, 미
자동차업계와 증권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크라이슬러가 인수될 경우 자칫 망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예견도 서슴치 않고 있으며 자동차 노조지도자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당사자격인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이튼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절대 회사를 넘길수 없다는 입장을 긴급이사회에서 결의하기도 했다.

뉴욕의 증권시장에서는 커코리안이 소유하고 있는 트래신더투자회사가
크라이슬러 주식을 중당 55달러에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발표한뒤 이 회사
주식가격이 폭등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미국의 산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번 사건을 두고 추측들이 무성하다.

일부에서는 커코리안이 주가를 올려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로 보는 반면,
또 다른 분석가들은 커코리안이 실제 기업사냥에 나선 것이 아니냐고 반문
하기도 한다.

왜나하면 커코리안은 미국내에서 가장 인정사정없는 기업인수광으로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심의 초점은 과연 거래가 성사되겠느냐 하는 점이다.

크라이슬러주식의 10%를 갖고 있는 커코리안은 그동안 회사측에 대해
여러번 배당금을 요구했었다.

자동차불황에 대비 크라이슬러가 적립하고 있는 73억달러에 대한 요구였던
것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자 급기야 커코리안은 기업인수 의사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커코리안이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기 위해 당장 동원할수 있는 자금은 자신의
주식 20억달러, 주식발행 30억달러, 회사의 적립금중 사용가능한 55억달러
등 1백5억달러로 알려져 있다.

총인수자금은 2백28억달러인데 1백20억달러정도가 부족한 셈이다.

아직 부족자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점이 그 실현성을 의심케하는 부분이다.

여론 또한 커코리안측에 아주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크라이슬러를 사경에서 구해낸 아이아코카가
부도덕한 기업인수광인 커코리안과 손잡은 사실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 신문은 이어 회사가 인수되면 현금보유고는 바닥이 나고 부채가 증가
하여 회사운영이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자동차업계도 충격속에 빠져들었다.

지난 74년 에너지파동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시기에 나온 기업인수
의사여서 그 충격은 더욱 크게 번지고 있다.

심지어는 자동차산업의 앞날을 낙관할수 없다는 성급한 전망도 무성하다.

지난해 포드 GM 크라이슬러등 자동차 3사의 이익은 1백40억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었다.

이제 관련업계는 커코리안의 자금동원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단독으로 회사인수를 단행할지, 아니면 손쉬운 방법으로 기존의
자동차업체와 제휴할지는 아무도 장담할수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휴쪽에 많은 가능성을 두고 있다.

대상기업으로는 도요타 혼다 BMW 벤츠등 일본이나 독일업체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새로이 승용사업을 시작하는 한국의 삼성도 대상기업대열에 끼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들중 일본기업들은 미국의 국민감정상 손을 잡기 어렵고 BMW는 랜드로버
를 매입해 자금여력이 없으며 벤츠는 알라바마공장에서 SUV(다목적레저용
차량)등 거가격대의 차종을 생산해 현실적으로 제휴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과연 커코리안이 당연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금액면에서 세계 3번째의
기업인수를 단행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