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증시에 매우 의미있는 자금흐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선진국자금의 신흥증시복귀"현상이다.

지난 1년여동안 개도국신흥증시로부터 대거 빠져나갔던 선진국자금이 다시
신흥증시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은 세계자금의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특히 올들어 주가하락을 겪고 있는 신흥증시로서는 매우 다행스런 일이기도
하다.

빠져나가던 선진국자금이 다시 신흥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지난 3월부터.

미 뮤추얼펀드의 현금흐름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AMG데이타서비스사
(캘리포니아주 아카타)는 지난 4주동안 신흥증시로 들어간 미자금이 약
5억달러에 이른다고 평가한다.

이기간중 중남미증시로 되돌아간 자금은 모두 6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심지어는 아직까지 금융위기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멕시코로도 선진국
투자자금이 들어가고 있다고 이 회사는 밝히고 있다.

스위스 유니언은행은 3월중순부터 지난 5일까지 3주동안 개도국증시로
들어간 미주식펀드자금이 1억달러이상이라고 추정한다.

이 금액들은 모두 순유입액(유입액-유출액)이다.

단순히 금액상으로만 본다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할수 있다.

지난해 세계신흥증시에서 움직인 선진국자금총액은 1천6백60억달러였다.

93년의 2천40억달러에 비하면 3백80억달러나 줄어든 액수이다.

이는 곧 94년 한햇동안 신흥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들어온 돈보다 3백
80억달러나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금흐름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할수 없는 중요한
변화이다.

신흥증시에 대한 유입액보다 유출액이 더 많았던 유출초과현상이 1년여만에
유입초과로 역전되고 있는 것은 신흥증시로 국제자금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
했음을 보여주는 움직일수 없는 증거이다.

이같은 상황역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작년말 러시아투자펀드를 설립하려다 그만두었던 미허머스캐피탈
매니지먼트사는 이달들어 이 펀드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융업체인 T.로웨 프라이스 어소시에츠는 지난주에 새로운 국제주식
펀드를 설립했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증시에 투자하기 위해서이다.

또다른 투자업체인 캘버트그룹도 얼마전 신캘버트아프리카펀드를 만들었다.

이처럼 미자금을 필두로 한 선진국자금이 다시 신흥증시로 돌아가고 있는
배경에는 미장기금리하락이 자리잡고 있다.

30년만기 미국채금리(수익률)는 올들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작년말 한때 8.16%까지 올랐던 이 금리는 현재 7.3%대로, 지난 4개월
사이에 1%포인트가량 내려갔다.

미국채금리하락으로 미국자금이 다시 신흥증시로 돌아가고 있는 현상황은
상당히 아이러니컬하다.

신흥증시에 투자됐던 미자금이 지난해 미국으로 환류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의 잇달은 금리인상이었다.

인플레예방을 위한 금리인상으로 미채권수익률이 함께 올라가자 해외증시에
나가있던 미자금이 본국으로 반입됐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전까지는 신흥시장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미국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면에서 훨씬 나았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해 2월부터 금리인상에 나서자 신흥증시에 투자됐던
미자금이 본국으로 반입되기 시작했고 지난해말 발생한 멕시코금융위기는
미국등 선진국 자금의 신흥증시이탈을 가속화시켰다.

그런데 7차례의 금리인상으로 미국의 인플레우려가 약해지면서 채권금리가
떨어지자 미자금이 다시 신흥증시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금리인상이 처음에는 미자금의 신흥증시이탈을 초래했지만 시간이
지나 미채권수익률이 떨어지자 미자금을 다시 신흥증시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금 미자금의 신흥증시투자행태가 예전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투자규모가 소규모인데다 전에 없이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미국이 다시한번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올하반기초께
미자금의 신흥증시복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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