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의 승부는 소프트가 결정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은 거대 유명메이커들의 가정용게임기전쟁에서
확실한 우열이 드러나고 있다.

이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세가 소니 마쓰시타 NEC등의 스타워즈에서 세가와
소니가 승자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해가고 있다.

카리스마적 존재인 닌텐도와 더불어 시장을 3분할 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가와 소니가 이시장에 참여한 것은 지난해말의 일로 아직 수개월씩에
불과하지만 판매속도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세가사가 세가 새턴 이란 게임기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22일.

그러나 지난 3월말까지 불과 4개월여만에 80만~85만대를 판 것으로 추정
되고 있다.

소니가 지난해 12월3일 내놓은 "플레이 스테이션"도 지난달말까지 75만~
80만대가 팔렸다.

이들 양사의 판매기세는 앞서 시장에 참여한 마쓰시타의 경우와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마쓰시타가 3DO리얼을 시장에 내놓은 것은 지난해 3월의 일이지만 1년여
동안 팔린 대수가 40만대선에 머물고 있다.

NEC가 지난해 12월부터 발매를 시작한 PC-FX도 아직 10만대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가와 소니가 성공한 것이 싼 가격으로 선두주자를 공략한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들의 게임기판매가격은 닌텐도의 2배에 가깝다.

세가새턴의 경우는 희망소매가격이 4만4천8백엔 플레이스테이션은 3만9천
8백엔에 달하지만 닌텐도 수퍼패미콤은 2만4천2백72엔에 불과하다.

특히 실제판매가격은 세가가 10% 소니는 3%정도의 할인에 그치는데 비해
닌텐도는 40%이상 할인된다.

실제판매가는 최소한 2.5배이상이라는 얘기다.

세가와 소니가 성공하고 있는 최대원인은 인기높은 소프트를 본체와 동시에
판매, 게임팬들의 인기를 끌어모았다는 점에 있다.

세가의 경우는 현재 일본의 오락실등에서 가장 인기높은 "버츄얼 파이터"란
프로그램을 소프트로 구비하고 있다.

소니도 격투소프트의 최신작인 "투신전"를 비롯 퍼스컴등에서 인기높은
"AIV"등의 소프트를 갖추고 있다.

소프트의 인기를 이용해 본체의 인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마쓰시타와 NEC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소프트에 있다.

3DO리얼의 경우 소프트종류는 1백개에 달하지만 게임기판매를 유도할만큼
강력한 제품이 없다.

3DO리얼은 이를 보완키 위해 실제판매때 20%이상에 이르는 할인율을 적용
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PC-FX의 경우는 독자적인 소프트종류가 불과 3종류에 그쳐 숫적으로도
절대열세다.

세가와 소니가 게임기의 제왕 닌텐도를 위협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퍼패미콤은 지난 90년11월 발매를 시작한 이래 1천5백만대가량 연평균
3백50만대정도씩을 팔렸다.

세가와 소니가 현추세를 계속할 경우 연간 2백만대이상을 팔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에 후발자로서는 대단한 성공임이 분명하다.

닌텐도의 수성노력도 필사적이다.

닌텐도는 입체영상기술을 사용한 주력소프트인 "수퍼동키콩"에 이어
지난달에도 같은 기술을 사용한 "크루노 트리거"를 내놓았다.

올해말까지는 롤플레이가 가능한 드라곤 퀘스트 도 선보일 예정이다.

닌텐도는 한발 더나아가 오는 5월에는 휴대용 신형게임기인 "버츄얼보이"
연말에는 수퍼패미콤의 후속으로 대망의 64비트기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64비트게임기는 업계의 최대관심사다.

마쓰시타도 3DO리얼의 64비트기를 연내에 발매할 계획이고 여타업체들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제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에 닥치게될 64비트게임기전쟁은 닌텐도 소니 세가의 삼각체제가
굳혀질지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차전에서 패한 NEC와 마쓰시타가 뒤집기찬스를 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