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7년 유럽 경제.통화동맹(EMU) 완성목표를 앞두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경제여건이 제대로 성숙되지 못하고 있어 EMU가 당초계획대로
제대로 출범할 수 있을 지 의문시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유럽통화기구(EMI)는 최근 작성한 연차보고서에서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과중한 재정적자에 언급하면서 경제통화동맹 달성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94년 1월 EMU 제 2단계 진입을 위해 유럽중앙은행의 전신으로 창설된
EMI는 이번 첫번째 연차보고서에서 대부분 EU회원국들이 97년 EMU 달성에
앞서 충족해야 할 "경제조화기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EMU 진입을 위한 회원국의 경제조화기준은 지난 91년 12월 체결된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이내 <>공공
부채는 GDP대비 60%이내 <>인플레율은 가장 낮은 3개국의 평균에 1.5%
포인트를 더한 율 이내로 설정돼 있다.

그외 <>장기 이자율은 가장 낮은 3개국의 평균보다 2%포인트 높은 수준
이내로 하고 있다.

EMI는 재정적자의 경우 EU회원국들의 평균 수준이 지난 94년 GDP대비
5.6%에서 95년 4.7%, 96년에는 3.9%로 하락할 전망인 가운데 여전히
마스트리히트조약에서 정한 기준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94년에는 12개 회원국가운데 독일과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3개국만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MI는 또 집행위원회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94년 회원국의 평균 공공부채가
GDP의 69%에서 95년 72.9%, 96년에는 73.4%로 증가돼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른 60%선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 해 독일과 프랑스, 룩셈부르크, 영국 등 4개국만이 기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오는 96년에 벨기에(1백36%), 이탈리아(1백28.6%)가
1백%를 넘는 것을 비롯 나머지 8개국은 여전히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MI는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통화동맹을 형성할 만큼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작년말 현재 독일과 룩셈부르크만이 EMU
달성을 위한 경제조화기준을 충족한 상태이다.

보고서는 이어 인플레이션과 관련, 일부 회원국의 인플레율이 다소 높기는
하나 물가안정에 있어 진전을 이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경기회복에
따라 인플레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EMI와 집행위는 97년 EMU 진입목표를 앞두고 오는 96년 각 국의 경제조화
기준달성여부를 평가하게 되는데 알렉상드르 랑팔뤼시 EMI총재는 97년의
EMU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의 서문에서 각 국의 재정정책을 비판하며 "많은 회원국의
공공재정이 계속해서 심각한 우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예산적자를 감축하고 수용할 만한 정도까지 공공부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적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I는 회원국들에 대해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세입을 증대시키기
보다는 지출의 억제 및 공공부문의 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편 EMI는 액면금액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등 향후 유럽 단일통화 창출
에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언급했는데 주화의 최고 액면금액은 2ECU이며
지폐는 5,10,20,50,1백,2백 및 5백ECU의 액면가로 발행될 예정이다.

통화통합에 따른 단일통화의 형태에 관한 최종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전 EU지역이 단일통화로 화폐를 유통하는 방안과 지폐 전면은
통일시키되 이면은 국가별로 다르게 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를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