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는 과거에 한 소공화국이었다.

국제전신전화업체인 이 회사는 한때 거느린 회사만해도 250개회사에 이를
정도로 대단한 먹성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사업만 하는게 아니라 회사의 이익이 걸리면 어디든지 개입했다.

칠레의 쿠데타를 배후지원했다고 지탄을 받은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이 회사가 이제는 할리우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근육질의 덩치를 앞세우는게 아니라 보다 여유있는 레저와
엔터테인먼트사업으로 새로운 제국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벌써 올해 기업인수에 투입한 돈만도 30억달러에 달한다.

라스베이가스와 애틀랜타에 카지노를 갖고 있는 시저스 월드는 물론이고
뉴욕의 야구와 하키의 고향인 메디슨 스퀘어가든이 그들 소유이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겸 회장인 아라스콕의 목표는 여기에 그치지않는다.

현재 대표적 방송사인 NBC나 CBS를 매입, 루퍼드 머독의 폭스방송사와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ITT의 전회장인 게넨은 20여년동안 회장에 머물면서 회사의 덩치를
엄청나게 불려놓은 일중독자였다.

그의 후계자인 아라스콕회장의 경영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회장에 취임한후 지난10년간 계열기업수를 절반으로 줄여 주력분야를 보험
제조업 레저와 엔터테인먼트등으로 간추렸다.

그는 매출 240억달러(지난해)인 이 매머드회사를 3개사로 나눌것도 검토중
이다.

그는 회사의 덩치를 줄이기 위해 주주들의 배당을 대폭 줄였다.

이 돈으로 빚을 갚고 주식을 되사들였다.

그의 이같은 경영방침에 대해 말이 많았다.

그래도 지난 79년부터 회장에 취임한 그가 회사를 잘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이익은 10억달러이상에 이르렀고 주가는 지난90년 주당 40달러에서
102달러로 최고로 치솟았다.

월가에서도 ITT의 주가는 계속 상승세를 탈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매출은 줄었지만 이익과 주가는 높아진 것이다.

이회사는 지금 베이비붐을 타고 소비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아래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려고 한다.

회사의 전망대로라면 앞으로 몇년동안 오락관련 게임산업의 시장규모는
130억달러에 이른다.

숙박객의 급증으로 호텔사업전망도 좋다.

이미 이탈리아의 시가호텔체인에서부터 피닉스의 레조트까지 최고 수준급의
건물들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매년 계열사인 전세계 450개의 쉐라톤호텔에 묵는 총2,500만명의 고객중
적어도 일부는 휴양을 위해 시저스에 들를것이 틀림없다.

시너지효과를 거두기 위해 아시아지역의 시저스에서 세계복싱타이틀매치의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라스콕회장의 야심찬 계획에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월가의 전문가중에는 10억달러이상을 주고 사들인 메디슨 스퀘어가든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도 한다.

도박은 옛날처럼 독점이 아니다.

거의 40여개주가 이미 도박업을 허용하고 있다.

나머지 주들도 이의 허용을 적극 검토할 움직임이다.

아라스콕회장의 계획이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성공한다면 이 거대기업은 할리우드의 대형스타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 김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