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로 유명한 미국 최대의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8,200여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기로 결정,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이 사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준 전례가 없어서가 아니다.

과거에도 크라이슬러 UAL 등 여러 기업에서 근로자들에게 주식을 배당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회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됐을 때 인건비라도 절감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노조를 달래기 위해 회사측이 주식 제공이라는 카드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필립모리스의 경우엔 근로자들의 양보를 받아내거나 이들을 달래기
위해 주식을 제공키로 한 것이 아니다.

담배 식품이 주력업종인 필립모리스는 재무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따라서 미국 노동계나 학계는 이 회사의 주식제공 결정을 순수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러츠거스대 조셉 블래시교수(노동학)는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이 임금
인상 대신 주식배당을 택한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뉴욕의 노무관련 컨설턴트인 앨런 존슨은 "예전에는 임금을 깎는 대신
주식을 배당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하면서 필립모리스의 주식
배당은 "노사관계의 새시대를 여는 중요한 계기"라고 평했다.

회사측의 제의는 근로자 한사람당 94주를 나눠주는 대신 2년간 임금을
동결하고 3년째 되는 해에 임금을 2% 올린다는 것이다.

연말에는 주당 3.3달러의 배당을 실시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주식을 배당하면 회사로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근로자들의 애사심과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블래시교수는 필립모리스의 경우 주식배당을 통해 생산직과 사무직간의
동료의식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으며 존슨은 "회사측이 근로자들에게
연대의식을 심어주었다"고 말했다.

노조 대표인 스테펜 스페인은 주식배당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회사의
장래가 매우 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