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회복세를 굳히는가 싶던 미국 달러화가 다시 사상 최저치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달러화는 지난 17일 뉴욕시장에서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달러당 1.4815
마르크에 거래를 마침으로써 94년도 연중최저치(1.4861마르크)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16일 금년 들어 처음으로 97엔대로 떨어진뒤 이튿날
97.17엔으로 속락했다.

이같은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에서는 주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지수(DJIA)는 15일에 이어 16일에도 사상최고치를
경신, 3천9백87.52에 달하며 4천시대를 예고했다.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에서 이같이 대조적인 현상이 나타나자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달러화가 과연 사상최저치로 떨어질 것인지, 다우지수가
4천대를 굳힐 것인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달러화 하락은 해외요인에 기인하며 주가 상승은
국내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달러 가치를 끌어내리는 해외요인으로는 멕시코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
마르크화 강세 전망,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자금 회수 등이 꼽힌다.

지난해말부터 달러당 1백1엔대를 넘보며 확실한 오름세를 보이던 달러가
하락세로 반전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시작된 멕시코
금융위기이다.

외환 투자자들은 5백억달러에 달하는 다국적 금융지원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금융위기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의 정국불안으로 독일 마르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달러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리상승에 힘입어 미국의 해외투자자금이 환류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마르크화가 가장 믿을만한 통화로 부상하면서 달러 자산으로 몰려야할
자금까지 마르크화 자산으로 몰림에 따라 달러 가치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신(판신)대지진 복구자금에 충당하기 위해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등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달러화를 짓누르고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표시 자산인 뉴욕 주식도 값이 떨어지는게
정상이다.

그런데도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과열기미를 보이던 경기가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물가불안 없는 안정성장으로 올해도 기업의 실적이 호조를
지속하고 중앙은행인 연준리(FRB)가 조만간 긴축을 마감할 것으로 보고
매수를 늘리고 있다.

증시의 이같은 호조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일시적으로 강보합세를
보인뒤 다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주중 멕시코 금융지원에 관한 세부협상이 마무리되고
독일 철강노련 파업을 계기로 마르크화 차익매물이 출회하면 달러화가
단기적으로 소폭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달러가 다시 하락세로 반전, 엔화 마르크화에 대해 사상최저치로
근접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독일 철강노련이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분데스방크가 마르크화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시장에 팽배해 있기 때문에 마르크 강세, 달러 약세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달러화 가치하락은 결국 미국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증권의 투자매력은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에 아직도 인플레 우려가 남아있다는 사실과 경기가
급냉할 경우엔 기업의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많은 전문가들은 다우지수가 일시적으로 4천선을 돌파할 수는 있어도
이 선이 오래 지켜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