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석유화학업계에 짝짓기 열풍이 거세다.

끝없는 불황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장의 카드다.

유화업계의 재편극은 지난해 10월 미쓰비시화성과 미쓰비시유화가
미쓰비시화학이란 새이름으로 한몸이 되면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거대공룡의 탄생을 알린 전격적 결혼이었다.

업계가 충격에 빠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달초에는 이에 못지않은 또하나의 결혼선언이 발표됐다.

업계재편극의 제2막이 열린 것이다.

이번 결혼의 주인공은 쇼와덴코(소화전공)와 일본석유화학.이들
두회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폴리오레핀수지(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의
총칭)사업을 통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7월1일부터 폴리오레핀사업을 본사에서 떼어내 공동출자하는 신회사에
이관한다는 것이 주요골자다.

출자비율은 쇼와가 65% 일석이 35%.자본금 1백억엔 종업원 1천1백~1천2백명
규모로 오는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내년도 매상고는 1천억엔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회사는 폴리오필렌 생산능력이 1백만t에 달해 미쓰비시화학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식품포장용기등에 사용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년33만t에 이르러
미쓰이를 제치고 선두로 부상한다.

자동차부품등에 이용되는 폴리프로필렌은 35만t으로 미쓰비시에
이어 2위다.

특히 쇼와덴코는 이미 아사히화성(욱화성)과도 제휴하고 있기 때문에
3사를 합할 경우 연간생산능력은 1백27만t까지로 늘어난다.

미쓰비시화학을 완전히 제압한다는 얘기다.

쇼와덴코는 제조거점이 큐슈 일석은 수도권인 가와사키 아사히는
관서권인 오카야마이기 때문에 통합에 따라 각지에 골고루 공장을
갖는 효과도 생기게 됐다.

사이카와 겐죠일석사장은 "간접비 물류비 연구개발비등 다방면에
걸친 코스트삭감효과는 3년후 1백억엔에 이를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합병에 따른 효과로 신회사가 일거에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소전과 일석의 결합은 업계의 판매체제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엄청난 파장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각자가 소속하고 있던 폴리오레핀수지 공동판매회사에서
이탈키로 결정했다.

아사히화성도 공판에서 탈퇴할 것이 확실시된다.

소전과 아사히화성은 동연화학 출광석유화학 일본유니카등 5사가
출자해 만든 공판회사 에스포리머에 참가하고 있다.

일석화학은 미쓰이석화 이스이동압화학의 3사로 구성되는 미쓰이일석포리머
에 속해있다.

3사가 이탈하면 지금까지 유화업계의 기반이 돼왔던 폴리오필렌공동판매체제
는 사실상 붕괴된다는 이야기다.

폴리오레핀공판회사는 80년대초의 불황으로 거액의 적자를 면치못했던
유화업체들이 경쟁완화를 목적으로 통산성의 지도아래 지난 83년
설립했다.

당초 관련18개사를 4개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미쓰비시화성과 미쓰비시유화가 속해있던 다이야포리머가
지난해 10월 양사의 합병으로 해체된후는 3개그룹및 1개회사체제가
유지돼 왔다.

지난해 일본의 에틸렌생산량은 과거최고에 가까운 6백12만t을 기록하는
호조였다.

그러나 합성수지의 가격하락여파로 대부분 메이커가 대규모 적자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93년의 경우 업계전체의 적자액은 1천억엔선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때문에 일본유화업계에서는 많아야 4개사정도가 살아남을
수있다는 비관적 분석이 적지않다.

동업타사들도 언제까지나 추이를 지켜보고 있을 형편만은 못된다는
이야기다.

남은 티케트를 둘러싸고 머지않아 제3 제4의 결혼발표가 잇달을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