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침해를 둘러싼 미중통상마찰은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치닫지않고 협상을 통한 해결가능성이 높아졌다.

북경주재미대사관은 6일 중국정부가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협상을 갖자"는 미국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양국의 통상마찰은 상호양보와 이해에 기초한 대화로 해결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사실 지난 주말 미국이 10억8백만달러치의 중국수입품에 대해 1백%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맞서 중국의 대미역보복조치가 발표됐을때도
양국간에 무역전쟁이 실제로 터질 것으로 보기는 어렸웠다.

상대방에 대한 사실상의 수입금지조치인 보복관세부과로 양국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훨씬 더 많다는 냉정한 현실에 비춰볼때
협상을 지속할 것으로 거의 확실시 됐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보복관세를 즉각 부과하지 않고 오는 26일을 관세부과시점으로
잡은 것은 중국과의 추가협상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
졌다.

바로 이점때문에 아시아금융시장은 미중사태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콩 대만 도쿄등 주요 아시아증시의 주가는 이날 모두 오름세를
기록,미중간의 보복및 역보복발표가 실질적인 무역전쟁으로까지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위기를 반영했다.

금융전문가들은 미.중사태가 앞으로 남은 20여일의 기간안에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낙관시되고 있어 양국사태가 금융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증시의 항셍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2백50포인트(3.5%)이상 폭등한
7,735.8 8을 기록했다.

홍콩못지 않게 미중사태에 영향을 받는 대만증시에서도 가권주가지수는
90포인트(1.4%)가까이 올랐다.

도쿄증시도 미중간 무역보복및 역보복조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1백엔이상(약 0.7%)올랐다.

달러역시 별영향을 받지 않은 달러당 99.5 5엔으로 겨우 0.0 5엔
오르는데 그쳤다.

양국의 과거 무역관계를 봐도 무역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유추할수 있다.

90년대들어 미국과 중국은 여러차례의 통상마찰을 겪었다.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대중최혜국(MFN)대우연장여부,중국의
대미섬유수출쿼터위반문제등으로 두나라는 이번처럼 상호 무역제재조치를
발표하는 지경까지 갔었다.

그러나 모두다 무역제제가 발효되기전에 상호양보와 타협을 통해
사태가 해결됐었다.

이번 사태는 이전의 통상마찰에 비해 강도가 더 강하기는 하다.

미국의 무역제재에 대항해 중국이 구체적인 보복품목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두나라가 보복과 맞보복조치를 발표한 것은 감정싸움의
성격이 짙다.

미국으로서는 지난 20개월동안 21차례나 협상을 가졌음에도 중국이
말을 안듣자 그야말로 "화가 나서" 보복조치를 취하게 된 것 같다.

중국역시 국가체면을 세우기위한 명분용으로 대미역보복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의 경제관계는 그러나 감정을 앞세우기에는 서로에게 너무나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으로서는 21세기 세계최대시장이 될 거대한 중국시장을 놓칠수
없고 중국은 총수출중 40%(약 3백80억달러)를 소화해주고 있는 최대
수출시장 미국을 결코 잃을수 없다.

무역전쟁이 터질경우 두나라는 그야말로 "속시원하게 본때를 보여줬다"는
카타르시스는 느낄수 있겠지만 실리면에서는 상대시장을 경쟁국들에게
빼앗겨야 하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양국은 이점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피해를 보는
최악의 무역전쟁으로 사태를 몰고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강력히 원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지적재산권문제가 WTO가입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미국측에 양보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역시 중국에 대한 요구사항을 다소 완화하는 선에서 오는 26일
이전에 극적인 사태해결이 이루어 질것으로 기대된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