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영업 관리 생산등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굳이 하나를
고른다면 아마도 연구개발이 아닐까 싶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기업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상식을 깨고 연구개발을 철저히 외면함으로써 성장가도를
질주하는 회사가 있다.

그것도 어느업종보다도 연구개발이 중시되는 제약업계에서 말이다.


동화약품.

현재 일본에서 제약업계의 가격파괴자 로 불리면서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이회사의 특징은 신약개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기업들에 의해 이미 상품화돼 대량유통되고 있는 약품들을 뒤늦게
생산해 판매경쟁에 가담한다.

물론 신약의 특허기간이 지나야 하므로 선발기업에 비해 15~20년이나
늦게 경쟁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회사는 여러모로 대단하다.

지난3월말결산을 기준으로할 때 매출액이 1백72억엔(약1천3백76억원)에
이른다.

제약업계로서는 상당히 큰 규모다.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도 19%에 달한다.

지난7월에는 장외시장에 기업을 등록, 떠오르는 기업으로서의 위세를 과시
하기도 했다.

동화약품이 높은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제약업계의 가격파괴자란
별명처럼 약품을 파격적인 저가로 판매한다는데 있다.

이회사가 병원등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약품의 가격은 공정약가의 50%
이하다.

여타업체들의 약품이 공정약가의 80%선에 공급되는데 비하면 말그대로
파격적인 가격이다.

더구나 이회사의 약품은 후발품인 관계로 약가자체도 신약에 비해 30~40%
가량이 싸다.

이회사가 약품가격을 이처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있는 비결이 바로
연구개발을 게을리(?)하고 있는 덕택이다.

신약의 경우는 상품화될 때까지 품목당 대략 1백억~2백억엔가량의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투입된다.

또 일반제약회사들의 경우는 경쟁업체가 신약을 개발하면 성분은 다소
다르면서도 효능은 같은 유사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거액을 투입한다.

그러나 동화약품은 신약이나 유사제품의 개발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특허기간이 종료될 때를 유유히 기다리기 때문에 개발비가 별달리 필요치
않다.

선발기업 제품과 품질이 같은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필요한 3천만엔정도로
족하다.

이에따라 이회사의 매출액중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3%정도에
불과하다.

10%정도를 투입하는 신약개발회사들에 비해 고작 3분의 1수준이다.

유통코스트면에서의 차이도 크다.

동화는 저가메리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대도시에서는 의료기관과 직거래
를 하고 있다.

따라서 중간상인(도매상)의 마진이 필요없다.

여타기업들의 경우는 공정약가에서 30%정도를 할인한 가격으로 도매상에
넘기고 도매상도 다시 12%정도의 마진을 취하면서 의료기관에 약을 넘기는
것이 통례다.

판매촉진비의 지출도 얼마되지 않는다.

유사제품을 개발한 업체들의 경우는 효능면에서의 우위가 없는 점을 커버
하기 위해 각종로비자금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화의 경우는 가격우위가 확실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필요자금을
지출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가능하다.

교제비를 줄이는만큼 가격을 더 끌어내릴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이회사의 판촉비(광고선전비포함)는 매출액대비 1.2%에 불과하다.

6~10%선인 여타업체들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인색하기 이를데 없는 경영스타일도 가격공세를 가능케 하는 한요인이다.

이회사의 본사는 아직도 18년된 낡아빠진 건물의 3층에 그대로 위치하고
있다.

6백70명의 사원중 관리직은 50명에 불과하고 은행자금도 일체 쓰지 않는다.

원가상승요인이 될 수있는 것은 철저히 배제하는 셈이다.

동화약품은 한마디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머리를 쓴다는 것은 기업에 있어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도쿄=이봉후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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