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리라화는 12일 장기화되고 있는 정국 위기를 반영해 연 사흘째
대마르크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스페인의 페세타화와 프랑스프랑화도
마르크화에 대해 급락세를 보이는 등 유럽 각국 통화가 급격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미달러화도 멕시코 통화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주지 못해유럽 통화시장에서 마르크화와 엔화에 대해 여전히 하락세를
계속했다.

이탈리아의 새 총리가 곧 임명되지 않을 것이며 어쩌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서리가 재임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따라 리라화의
대마르크 환율은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1천64.5리라까지 내려가 전날
기록한 1천61.6리라의 최저가를 경신하며연 사흘째 곤두박질했다.

프랑스 프랑화는 마르크화 매입세의 여파로 대마르크 환율이 한때
지난 93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3.4671프랑까지 내려갔으나 후장에서는
3.4564로 다소 회복했다.

파리의 외환 거래상들은 프랑화의 약세에 대해 지난해 12월 단행된
멕시코 페소화의 기습적인 평가절하 여파로 런던 외환시장의 유럽통화
시세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화 역시 유럽 통화들과 동반하락세를 보여 지난 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53마르크의 대마르크 저항선을 깨고 달러당 1.5275마르크
까지 내려갔으며 엔화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99엔선에서 내려가 98.75엔에 거래됐다.

시장 분석가들은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마르크화와 스위스 프랑을
제외한 유럽통화와 달러화의 이같은 하락세가 13일 장에서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하면서이는 금요일장이 대체로 거래량이 적어 등락폭이 확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랑스 중앙은행의 장-클로드 크리셰 총재는 이와 관련,
유럽통화체제(EMS)가 건실하기 때문에 현재의 통화난조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멕시코의 페소화도 현재의 재정위기를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럽확대 관련 포럼에서 연설을 통해 리라와 페세타가 겪고 있는
난관을"통화위기"라고 부르는 것에 반대하면서 유럽연합(EU)은 "환율체계
에 대한 의구심을일으키지 않고 현상황을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4일자).